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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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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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십계명〉
사랑은
크게 말하지 말 것
큰 소리는
대개 마음보다 먼저
자기 그림자를 앞세운다
조용한 말 한마디
오래 남는다
사랑은
기다림을 배울 것
봄이 꽃을 재촉하지 않듯
마음도 서두르면
향기를 잃는다
천천히 오는 것들은
오래 머문다
사랑은
지나간 상처를 오래 붙들지 말 것
바람이 지나간 길을
하늘이 붙잡아 두지 않듯
마음도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은
말보다 눈을 먼저 볼 것
사람의 눈동자에는
그가 지나온 계절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사랑은
소유하려 하지 말 것
손에 꽉 쥐는 순간
새는 노래를 잃고
꽃은 향기를 잃는다
사랑은
손바닥 위에 내려앉은
햇살
사랑은
작은 것에 마음을 놀라게 할 것
차 한 잔의 온기
저녁 창가의 불빛
그리고
말없이 곁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의 숨결
사랑은
서로의 외로움을
가볍게 여기지 말 것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작은 별 하나 품고
어둠 속을 걸어간다
사랑은
함께 침묵할 것
말이 멎은 자리에서
비로소 마음은
서로의 깊이를 듣는다
사랑은
끝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 것
꽃은 지는 날에도
피어 있던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사랑은
사랑을 설명하려 하지 말 것
말하지 않아도
가슴이 먼저 아는 것
어느 날 문득
이유 없이
한 사람이 떠오르는 순간
아마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