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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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까닥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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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이인애
지구가 돌아서일까
살다 보면
마음도
한순간 헤까닥 돈다
참고 또 참다가
말 한마디에
하루가 와르르 무너질 때
세상이 도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먼저 빙빙 돈다
그래도
한바탕 흔들린 뒤
사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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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 끝에서도 사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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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애 시인의 「헤까닥 인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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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가볍게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고 나면 마음에 오래 남는다. “헤까닥”이라는 말이 그렇다. 평소에는 웃으며 쓰던 말인데, 시 안에 들어오니 사람 마음이 무너지는 바로 그 순간을 정확히 짚어낸다. 누구나 멀쩡히 버티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중심이 흔들릴 때가 있는데, 이 시는 그 장면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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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돌아서일까”라는 첫 문장은 재치가 있다. 세상이 도니까 나도 어지러운 것 같고, 인생도 균형을 잃는 것 같다는 발상이 자연스럽다.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불안을 슬쩍 건드린다. 웃으며 읽다가도 “맞아, 그런 날 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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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또 참다가 / 말 한마디에 / 하루가 와르르 무너질 때” 이 부분에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사소한 말 한마디일 때가 많다. 특히 오래 참아온 사람일수록 더 쉽게 무너진다. 이 시는 그 사실을 과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동안, 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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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도는 것이 아니라 / 내 마음이 / 먼저 빙빙 돈다”는 구절은 이 시의 중심이다. 문제를 밖으로 돌리지 않고, 내 안에서 먼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 솔직함이 이 시를 믿게 만든다. 괜히 멋을 부리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사람 말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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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좋은 점은 웃음과 서러움이 함께 있다는 데 있다. “헤까닥”이라는 말에는 가벼운 웃음이 있지만, 그 아래에는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마음이 숨어 있다. 그래서 이 시는 마냥 우스운 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겁게 짓누르는 시도 아니다. 딱 우리가 살아가는 온도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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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특히 좋다. “한바탕 흔들린 뒤 / 사람은 다시 /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말에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다. 흔들리고 무너져도, 완전히 끝나버리지는 않는 존재라는 믿음. 그래서 “그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말이 가볍지 않다. 살아본 사람의 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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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더 마음에 남는 이유는, 흔들림을 너무 심각하게 말하지 않는 데 있다. 어떤 시는 슬픔을 말하면서 오히려 더 지치게 만드는데, 이 시는 다르다. 흔들림을 말하면서도 사람을 안심시킨다.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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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까닥이라는 말은 사실 지금 시대를 잘 보여준다. 생각은 넘치고, 감정은 쉽게 흔들리고, 관계는 금방 부서지는 시대다. 마음이 한순간 돌아버릴 듯 흔들리는 일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시는 그 상태를 병처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기 어린 말 하나로 풀어내며, 답답했던 마음에 숨구멍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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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말로는 담기지 않는 순간들을 이 시는 생활의 말로 건져 올린다. 그래서 어렵게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읽으면 바로 닿는다. “아, 나도 그랬지”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이 시에서 ‘헤까닥’은 무너짐의 끝이 아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흔들림을 겪어본 사람만이 중심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시는 조용히 말한다.
조금쯤 흔들려도 괜찮다.
잠깐 무너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