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서병문~어머니라는 바다, 아내라는 강》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대전 총신 신학대학원 학장

서병문 목사

시 한 편


〈어머니라는 바다, 아내라는 강〉


사람이 살아가며

두 여인의 품을 지나갑니다.


한 사람은

나를 품어 세상 밖으로 밀어낸

깊고 넓은 바다, 어머니.


또 한 사람은 나의 손을 잡고

남은 생을 함께 건너는

조용하지만 쉼 없이 흐르는 강, 아내.


어머니는 내가 울 때마다 밤을 지새우며 자신의 잠을 잘라

내 이불이 되어주신 분.


그분의 젊음은

내 성장 속에 스며 사라졌고,

그분의 눈물은 내 이름을 부르며 마르셨습니다.


아내는 나의 오늘을 위해

자신의 오늘을 미루는 사람입니다.


아이를 혼내고 돌아서서는

아이보다 더 오래 우는 사람.


바가지를 긁으면서도

그 손으로 가족의 밥을 짓는 사람.


친정에 가서는

슬며시 남편 편이 되어

자기 것을 덜어 내 남편을 세워주는 사람.


어머니는 내가 잘못해도

끝내 나를 품는 사람이고,


아내는 내가 잘해야만

평생 곁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어머니께는 공경을 드려야 하고,

아내에게는 사랑을 쏟아야 합니다.


어머니의 눈물은

내 과거를 적셨고,

아내의 눈물은

내 미래를 적십니다.


아내는 참으로 연약합니다.


작은 말 한마디에 가슴에 금이 가고, 작은 칭찬 하나에

세상이 환해집니다.


“수고했어.”

“고마워.”

“당신이 있어 다행이야.”


그 한마디에 지친 어깨가 펴지고 꺼져가던 마음이 다시 불을 밝힙니다.


어머니가 나의 뿌리라면

아내는 나의 꽃입니다.


뿌리가 없으면 나무는 설 수 없고, 꽃이 피지 않으면

나무는 외롭습니다.


오늘 생각해 봅니다.


늘 곁에 있다는 이유로

그 존재를 당연히 여기지는 않았는지.


아내는

남편과 아이만 바라보다가

자기 이름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더 오래 불리는 사람입니다.


가족이 남긴 밥을 먹으면서도

행복하다고 웃는 사람,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도

끝내 그 자리를 지키며

못다 한 정을 끌어안고 우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아내입니다.


오늘, 그 사람을 꼭 안아주고

“당신이 내 인생이라서 고맙소.”


그 말 한마디면

다시 세상을 살아낼 힘을 얻습니다.




평생을 섬기는 목회자로 대전광역시

총신의 학장으로

살아오신 서병문 목회자의 시는 한 사람의 생을 가로지르는 두 존재, 어머니와 아내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사랑 속에서 태어나고 또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읽다 보면 설명을 넘어서 삶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머니는 시작이다.

바다라는 비유는 단순히 넓다는 뜻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출발의 자리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밀려 나왔고, 다시는 그 품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그리움의 형태로 남는다. 잠을 잘라 이불이 되어준다는 표현에는, 한 인간이 다른 존재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내어주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내는 흐름이다.

강이라는 이미지처럼, 현재를 함께 건너가는 존재다. 어머니가 나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면, 아내는 나와 함께 만들어져 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랑은 더 현실적이고, 더 섬세하며, 때로는 더 아프다. 내가 잘해야만 곁에 머물 수 있다는 문장은, 사랑이 얼마나 책임 위에 놓여 있는지를 조용히 말해준다.


이 시의 깊이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생활 속 장면에서 드러난다.

아이를 혼내고 돌아서서 더 오래 우는 마음,

툴툴거리면서도 결국 밥을 짓는 손,

친정에서도 남편 편이 되어주는 선택.

이 모든 것은 꾸며낸 장면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놓치고 있던 진짜 사랑의 모습이다.


특히 짧은 말 몇 마디가 시 전체를 붙잡고 있다.

수고했어, 고마워, 당신이 있어 다행이야.

이 말들은 시 안에서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관계를 지탱하는 마지막 다리처럼 놓여 있다. 결국 사랑은 거대한 감정보다, 이렇게 건네는 한마디에서 다시 살아난다.


아내를 “엄마”라는 이름으로 더 오래 불리는 사람이라 한 부분은 오래 남는다.

이름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이 시는 그 조용한 희생을 과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진실하다.


어머니의 눈물은 과거를 적시고, 아내의 눈물은 미래를 적신다는 문장은 이 작품의 중심이다. 우리는 이미 받은 사랑 위에 서 있고, 앞으로 지켜야 할 사랑 속으로 걸어간다. 그 사이에서 인간은 비로소 한 생을 완성해 간다.


마지막 문장은 이 시가 정점에 도달한 자리다.

“당신이 내 인생이라서 고맙소.”


이 말은 시의 끝이 아니라, 이제야 시작되는 삶의 태도이다.

사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한 번 더 건네야 할 말이라는 사실을 이 시는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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