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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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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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이인애
1970년의 백 원짜리 동전은
세월을 건너 값이 올랐는데
1961년에 태어난 사람의 값은
과연 백 원이나 될까
상상을 찍어내는 알고리즘 속에서
우리는 자꾸 자리를 좁히고
사람의 몫이 줄어드는 시대
무엇으로 내일을 준비해야 할까
시인도, 화가도, 예술가도,
아이를 가르치던 선생까지 AI에게
하나둘 자리를 내어주고
조용히 밀려나는 풍경 앞에서
오래된 골동은 희소로 빛나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견디며 살아야 하나
그래도
무너지지 말자
혹시 모르지
백 해를 건너
다시 값이 매겨질 날이 올지
그때까지는
그저 사람으로 남아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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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흐려진 시대,
이 시는 무겁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읽고 나면 마음이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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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의 동전 하나와
1961년에 태어난 사람 하나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놓는 순간,
세상은 이미 비틀린다.
동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귀해지고,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흔해진다.
이 간단한 대비가
이 시대의 공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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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찍어내는 알고리즘”이라는 구절에서는
잠시 숨이 멎는다.
예전에는 상상이 사람의 것이었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다가,
어느 날 문득 찾아오는 것이었다.
이때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다.
자기 자리가 어디였는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시인, 화가, 예술가, 선생,인공지능의
이름들은 직업이기 전에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던 방식이었다.
그 방식들이 하나씩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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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는 묻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느냐고.
대단한 답을 기대하는 질문이 아니다.
하루를 겨우 건너는 사람의 질문이다.
“그래도 무너지지 말자”
이 한 줄은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말이 아니다.
밤이 깊어졌을 때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다.
대단한 희망도 아니고
큰 결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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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을 놓지 않겠다는 말.
그리고 이어지는
“혹시 모르지”라는 말.
여기에는 기대와 체념이
묘하게 함께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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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해를 건너
다시 값이 매겨질 날~
이 문장은 따뜻하면서도
조금은 서늘한 문장이다
언젠가 인간도
골동품처럼 희귀해져서
값이 붙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생각.
그럼에도 시는
그날을 기다리며 살자고 말한다.
값이 있어서가 아니라,
값이 없어도. 인간의 가치를
동전이 희귀하여도 사람의 가치는
각자의 삶이 증명한다
그래서 이 시는
절망을 말하면서도
절망에 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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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웃음이 살짝 섞여 있고,
체념이 살짝 걸려 있으면서도,
끝내 사람 쪽으로 기운다.
지금 우리는
값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존재처럼
그렇게
조용히 가치를 빛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