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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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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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江 윤용준
갯벌도 사람도 모두 떠나간 그곳
날 반기는 것은 텅 빈 일 차선 도로뿐
인적 없는 버스 정류장은
거미들의 천국이 되어 있고
주인 잃은 고깃배들은
마른 생선처럼 늙어가고 있었다
하제…
사람 냄새 정겨운 곳이었는데
갯것들의 다정한 속삭임 들려오던 동네였는데
거기 살던 칠용이 아재는 어디로 갔을까
이젠 산새들과 갈매기도 보이지 않고
600살 할매나무는
검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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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전북 군산 옥구 선연리에 실제로 존재했던 ‘하제마을’의 사라진 기억을 불러내는 서정시다.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서, 공동체의 해체와 시간의 상처를 조용히 증언하는 기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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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의“텅 빈 일 차선 도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흐름이 끊긴 시간의 통로를 상징한다. 길은 원래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단절과 고립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거미들의 천국”이라는 표현은 인간이 사라진 자리를 자연이 점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버려진 시간의 정적을 날카롭게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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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인 잃은 고깃배”를 “마른 생선처럼 늙어간다”라고 비유한 대목은 이 시의 정서를 응축하는 핵심 구절이다. 배는 원래 바다와 사람을 이어주는 생명의 도구인데, 그것이 생명력을 잃고 말라버린 존재로 전락한다는 점에서, 마을 전체의 운명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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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의 “하제…”라는 호명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사라진 세계를 부르는 애도의 목소리다. 이 호명은 기억의 문을 여는 주문처럼 작용한다. “사람 냄새 정겨운 곳”이라는 표현은 공동체적 삶의 온기를 담고 있으며, “갯것들의 속삭임”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던 시절의 조화를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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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용이 아재”라는 구체적 인물의 등장 또한 중요하다. 이 한 사람의 이름은 단순한 개인을 넘어, 마을 전체를 대표하는 기억의 상징이 된다. 익명성이 아닌 구체성은 시를 더욱 현실에 단단히 붙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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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에서 “600살 할매나무”는 이 시의 중심 축이다. 이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시간을 모두 기억하는 존재다. 그런데 그 나무마저 “검은 눈물”을 흘린다는 표현은, 인간이 떠난 자리에서 자연조차 슬픔을 감당하고 있다는 강렬한 상징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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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개발과 군사적 필요라는 이름 아래 사라진 공간을 애도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단지 ‘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말없이 비어 있는 풍경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들려오는 것은 사람의 흔적과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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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제마을」은 사라진 장소를 기록하는 시이면서, 동시에 사라지지 않는 기억에 대한 시다. 남아 있는 것은 폐허가 아니라, 아직도 떠나지 못한 시간이다. 시인과 하제마을은 어떤 관계일까 추억 속의 그리움 때문일까 정겨웠던 사람, 갯벌까지 그리움으로
담은 시인의 마음이 애틋하다.
600살 할매나무를 증인으로 세우는 시인의
재치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