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김형석 백 년의 유산을 읽고》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백 년의 유산을 읽고


— 박성진


책을 덮고 나니

괜히 조용해졌다


누가 길게 말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오래 붙든다


선생님은

크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인지

무엇이 남는지 아는

눈빛이다


나는 늘

앞으로 가는 일에만 급했다


조금 더 가지려고

조금 더 앞서려고


그게 사는 거라 믿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자꾸 멈춘다


지나온 얼굴들이 떠오르고

건네지 못한 말들이

늦게 마음에 걸린다


별거 아닌 순간들이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그제야

조금 보인다


나이 드는 건

잃는 일이 아니라


늦게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쥐고 있던 것들을

조금 놓는다


이제는

얼마나 가졌는지보다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


그걸

한 발 더

생각해 본다


책은 끝났는데


선생님의 여운은

아직

내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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