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
백 년의 유산을 읽고
— 박성진
책을 덮고 나니
괜히 조용해졌다
누가 길게 말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오래 붙든다
선생님은
크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인지
무엇이 남는지 아는
눈빛이다
나는 늘
앞으로 가는 일에만 급했다
조금 더 가지려고
조금 더 앞서려고
그게 사는 거라 믿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자꾸 멈춘다
지나온 얼굴들이 떠오르고
건네지 못한 말들이
늦게 마음에 걸린다
별거 아닌 순간들이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그제야
조금 보인다
나이 드는 건
잃는 일이 아니라
늦게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쥐고 있던 것들을
조금 놓는다
이제는
얼마나 가졌는지보다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
그걸
한 발 더
생각해 본다
책은 끝났는데
선생님의 여운은
아직
내 옆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