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국보 제83호~ "느린 빛 앞에서"》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느린 빛 앞에서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그는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다


한쪽 다리를 얹은 자세는

편안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쉽게 놓지 못한 마음들이 깃들어 있다


입가에 스친 미소 하나

기쁨도 슬픔도 아닌 채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조용히 머물러 있다


금빛은 이미

시간 속에서 바래었는데

그 안의 고요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말은 사라지고

생각만 천천히 길어진다


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데

나는 자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바쁘게 지나온 시간들 사이로

미처 붙잡지 못한 것들이

조용히 떠오른다


그래서 그 앞에서는

무엇을 비는 대신

잠시 멈춰 서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그저 앉아 있는 모습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붙들어 두는 이유를


천 년이 지나도록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

소장처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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