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박성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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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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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익 선생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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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여든이라 말하는 순간
어딘가 멈춰야 할 것 같지만
선생의 시간은
아직 멈출 줄을 모른다
세월이 어깨에 내려앉아
이제는 쉬어도 된다고
슬며시 등을 두드려도
그는 고개를 젓는다
젊은 날
모두가 입을 다물던 때에도
혼자서 먼저 말을 꺼냈던 사람
말 한마디가
자신을 향해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끝내 외면하지 않았던 시간들
그 길 위에
이제는 낡은 구두 한 켤레가 남아 있다
반짝이지 않아도 좋다
비에 젖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오래 걸어온 흔적이면 충분하다
정의라는 말이
종이 위에서는 가볍게 보일 때에도
그는 그것을
몸으로 끌고 다녔다
그래서 그의 하루는
조금 더 늦게 저물고
조금 더 오래 남는다
여든의 밤이라고 해서
조용할 리 없다
아직 묻지 못한 것들이
창가에 기대 서 있고
아직 쓰지 못한 문장들이
손끝에서 맴돈다
아뿔싸, 여든이라
세상은 나이를 세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왜 진실은 자꾸 늦어지는지
왜 정의는 늘 돌아서 오는지
그 물음을 놓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에게
여든은 끝이 아니라
이제야
제대로 불을 켜는 나이
그래서 오늘
우리는 나이를 축하하지 않는다
먼지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걸음과
끝내 지워지지 않을 이름과
그리고
세상이 외면해도
끝까지 남아 있을
한 사람의 태도를
시집을 펼친
시인
여든의 청춘 날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