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이인애 2026년 신 라이언일병 구하기 》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문화평론가


2026년 신 라이언일병 구하기


多情 이인애


SOS 긴급구조 비상벨이 켜졌다

적진에 홀로 추락한 조종사는 마치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일

밀러드 미공군 대령 나와라 오버


이란땅 2130 고지에 수송기 파견

목숨 걸고 국가에 충성한 전우를

절대 혼자 남겨 두지 않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살아있는 법전이다


이란이 선수 치려 눈을 부라리나

성공적 구조 위한 기만술 교란술

속도전을 펼친 각고의 노력 끝에

36시간 만에 드디어 구출해 냈다


브라운관을 찢은 세계인의 환호성

벼랑 끝에서 여론전 승리를 고취한

이런 게 바로 위대한 미국의 실천

특공대 작전이 마침내 빛을 발하다


지구촌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박성진 문화평론


이인애 시인의 「2026년 신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제목에서부터 대중의 기억을 강하게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법한 전쟁영화의 상징적 제목을 오늘의 국제정세와 겹쳐 불러오면서, 이 시는 단순한 사건 서술을 넘어서 현대의 전쟁이 어떻게 서사화되고, 어떻게 소비되며, 또 어떻게 영웅담으로 재구성되는가를 보여줍니다. 제목 하나만으로도 독자는 이미 영화적 긴장감과 국가적 사명감, 그리고 구출 서사의 감정적 흡입력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시대 감각이 빠른 시입니다.


이 시의 첫머리는 매우 급박합니다. “SOS 긴급구조 비상벨이 켜졌다”라는 첫 구절은 설명보다 먼저 경보를 울립니다. 독자는 그 자리에서 이미 상황의 한복판으로 던져집니다. 이어지는 “적진에 홀로 추락한 조종사”라는 설정은 한 인간의 고립과 국가의 대응을 동시에 드러내며, 긴박한 구조 서사의 핵심을 한순간에 붙잡습니다. 특히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라는 표현은 어려운 구조 작전을 대중이 즉각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며, 군사적 상황을 생활의 비유로 번역해 내는 힘을 보여줍니다. 이인애 시인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복잡한 국제정세를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곧장 감각적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둘째 연은 이 작품의 중심 축이라 할 만합니다. “목숨 걸고 국가에 충성한 전우를 / 절대 혼자 남겨 두지 않겠다는 / 미국의 약속은 살아있는 법전이다”라는 대목은 이 시가 단지 구조 성공을 노래하는 데 머물지 않고, 국가의 윤리와 군사적 신의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여기서 “살아있는 법전”이라는 표현은 꽤 인상적입니다. 법이 종이에 적힌 조문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증명될 때 비로소 살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바로 그 행동의 윤리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전우를 버리지 않는다는 원칙, 그것을 이 시는 도덕적 문장으로 세우고 있습니다.


셋째 연에 들어서면 시는 본격적으로 전술의 언어를 끌어옵니다. “기만술 교란술 / 속도전” 같은 표현들은 문학적 수사라기보다 작전 지시문처럼 들릴 정도로 직선적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직선성이 이 작품의 현장성을 살립니다. 이 시는 은유보다 상황을 앞세우고, 사색보다 전개를 밀어붙입니다. 덕분에 독자는 숨 고를 틈 없이 작전의 흐름을 따라가게 됩니다. 여기에 “36시간 만에 드디어 구출해 냈다”라는 시간 제시는 극적 사실감을 더합니다. 시간이 제시되는 순간, 추상적인 영웅담은 구체적인 사건으로 바뀝니다. 이 작품은 이렇게 숫자와 속도, 긴장과 돌파를 통해 현대전의 체감을 시 속에 끌어들입니다.


넷째 연은 이 시가 단순한 전장 시가 아니라 미디어 시대의 전쟁 시임을 보여줍니다. “브라운관을 찢은 세계인의 환호성”이라는 구절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전쟁은 더 이상 먼 사막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되는 spectacle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또한 “벼랑 끝에서 여론전 승리를 고취한”이라는 표현은 오늘의 전쟁이 총과 미사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지와 심리, 보도와 해석의 전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정확히 건드립니다. 이 작품은 구조작전 자체를 노래하면서도 그 이면에 놓인 선전, 홍보, 국민감정, 국제 여론의 층위를 함께 건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사건시이면서 동시에 매체시이기도 합니다.


이인애 시인의 시적 화법은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힘이 들어간 수식보다는 상황의 핵심을 곧장 찌르는 문장으로 밀고 나갑니다. 그래서 이 시는 부드럽고 우회적인 서정보다는 직설과 박력 쪽에 더 가까운 인상을 남깁니다. “이런 게 바로 위대한 미국의 실천”이라는 구절은 특히 찬반을 부를 수 있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이 대목을 통쾌한 찬가로 읽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지나치게 단정적인 어조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의 개성입니다. 이 시는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좋으면 좋다고, 강하면 강하다고, 성공이면 성공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 선명성은 세태시나 현장시에서 매우 중요한 미덕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 작품은 시와 기사문, 시와 기록문 사이의 경계에 일부러 발을 걸쳐두고 있는 듯합니다. 일반적인 서정시처럼 감정을 안으로 삭이기보다, 외부 사건을 강한 속도로 전달하면서 감정을 뒤늦게 터뜨리는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시는 읽는 이에게 뉴스의 속도감과 현장 방송의 긴장감을 함께 전달합니다. “나와라 오버” 같은 표현은 통신 언어를 그대로 살려서, 시의 문장을 무전기의 음성처럼 들리게 합니다. 이런 장치는 아주 세련된 고전적 아름다움과는 다르지만, 현장감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효과를 냅니다. 즉, 이 작품은 고요한 명상형 시가 아니라, 확성기와 브리핑룸과 뉴스특보의 호흡을 품은 시입니다.


마지막 구절 “지구촌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는 앞선 연들의 긴장과 열기를 한순간에 정서적으로 정리해 줍니다. 구조작전의 성공과 환호, 국가적 자부심과 전술적 승리의 끝에서 시인은 결국 평화를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마무리 문장이 아닙니다. 전쟁 서사의 마지막이 승리의 도취가 아니라 평화의 기원으로 닫힌다는 점에서, 이 시는 무력 자체를 찬양하기보다 무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내심 바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의 가장 깊은 저변에는 전쟁의 박진감보다 평화의 소망이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는 전쟁을 흥분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마지막에 인간적 바람으로 되돌아옵니다.


종합하면 「2026년 신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영화적 제목, 뉴스적 속도, 군사적 긴장, 대중적 화법이 한데 어우러진 시입니다. 이인애 시인은 복잡한 국제 사건을 어렵게 비틀지 않고, 오히려 직관적이고 힘 있는 언어로 밀어붙이면서 독자에게 즉각적인 장면과 정서를 제공합니다. 이 작품의 미덕은 서사의 선명성, 문장의 추진력, 그리고 시대적 현장감에 있습니다. 동시에 더 깊은 시적 여운이나 인간 존재의 내면까지 파고드는 방향으로 확장된다면, 앞으로 더욱 큰 울림을 지닌 작품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미 자기 역할을 분명히 해냅니다. 그것은 전쟁과 구조, 국가와 신의, 미디어와 여론, 그리고 끝내 평화를 향한 인간의 바람을 한 편의 시 안에 힘차게 묶어낸다는 점입니다. 이 시는 바로 그 점에서 오늘의 세태와 세계정세를 향해 빠르고 뜨겁게 응답한, 현장성 강한 시대시라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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