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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by 박성진

파란 녹이 잔뜩 껴있는 구리거울 닦아도 닦아도 슬픈 나의 뒷모습까지 보인다. 괴로운 사람아! 심연 위에 걸쳐진 나의 밧줄은 저편으로 가도 위험하고, 뒤돌아 보아도 위험하니 한 줄의 참회록에 수치심마저 솟아오른다. 부끄러운 참회록아! 쓴 지 닷새만에 뼈아픈 나의 저항만 거셀 뿐이다. 부끄러워 한이 맺힌 내 눈마저 슬픔에 잠 기웠다. 이 무슨 슬픔인가? 거울마저 나의 슬픈 모습에 더 파란 녹이 되어 버린다. 자꾸만 닦아도 자꾸만 닦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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