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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아이 소피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시인 박성진

병든 아이 소피



뭉크의 가족은 예술가, 작가, 주교 예술가의 집이었다. 아버지는 의사였지만 뛰어난 명의는 아니었다.

사진 속 병든 아이는 누나인 소피이다. 어머니는 뭉크의 나이 5세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누나인 소피도 같은 병으로 9년 후 세상을 떠났다. 다른 형제도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가 뭉크 곁을 떠났다.

뭉크 역시 질병, 정신이상. 죽음의 검은 천사들이 뭉크의 병약함을 요람까지 따라다닌다.


평생을 죽음의 공포, 질병과, 고통의 날이 끊이지 않은 뭉크에게 이모 카렌이

뭉크의 예술가적 재능을 알아보았다.

카렌을 통하여 오슬로에서 미술 수업을 시작하는 뭉크에게 깊은 영향을 준 사람들은 마네, 코로, 플로베르나 에밀 졸라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는 뭉크는 프랑스의 카페문화에서 출구를 찾게 된다.


뭉크의 나이 23세 되던 해 1886년에

완성된 병든 아이의 그림을 우리가 보고 있다. 소피가 커다란 베개를 등에 고인채 숙면을 포기한듯한 삶의 곤경을 보이고 있다. 폐결핵으로 배게뒤편에 거울이 보이지만 이미 거울을 포기한 지도 오래되었다.


여인이 거울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환자의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약병과 물컵도 보인다.

소피 곁에 있는 사람은 카렌으로 보인다. 죽어가는 조카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 감에 고개를 떨군 카렌을 보면 알 수 있다. 약병도 소피에게는 의미 없이 되었다.


카렌은 죽어가는 조카를 보며 소피의 손을 쥔 채로 무력감이 몰려온다.

카렌의 옷도 검은 옷이다.

장례식을 연상시킨다.

소피의 머리카락은 맥없이 흐트러져 있는 것을 보아서 임종의 시간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소피의 시선은 카렌 뒤에 검은 커튼 옆에 창문 쪽으로 시선이 가고 있었다.


오른쪽 구석에 희미하지만 흰색이 창문이고, 뭉크는 커튼을 검게 칠한 후에 그 색을 조금씩 벗겨낸 것으로 보인다.

그림전체를 살펴보면 벗겨낸 흔적이 보일 것이다. 벗겨내면서 푸른색 녹이 낀 것처럼 보인다. 유일하게 소피가 기대고 있는 흰색의 베개가 후광처럼 보인다.


이 그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카렌이다.

아픔을 외면할 수 없는 처참한 현실 앞에서 가장 목놓아 울고 있는 이 여인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 뭉크의 그림세계에 한편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 출구를 찾은 뭉크의 삶은

역경을 더 아름답게 승화시키기 위한 그림작업에 몰두한 뭉크는

고난을 받아들인 천재 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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