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알송알 Jun 09. 2023

하루

내가 꾸리는 하루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오늘의단어  #하루   #2023오늘을채우는일력


“송알송알, 하루종일 뭐해요?”

친구들이 놀러 왔다. 친구들은 집들이 드문드문 있는 동네, 집보다 논과 밭이 더 많이 보이는 동네, 하루에 버스가 5번만 들어오는 시골 동네로 이사 온 나의 하루가 궁금하다. 문경으로 이사 간다고 처음 말했을 때 보인 친구들이 반응이 재미있었다. 첫 번째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뉴요커 송알송알도 어울리지 않지만 시골사람 송알송알은 상상도 못 했단다. 나도 내가 시골에서 살게 될 줄 몰랐다. 일단 놀라고 난 다음은 부러움이다. 우리 또래들은 노년생활에 관심이 많다. 노년에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많은 친구들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어 한다. 그러니 나의 시골살이가 궁금하기는 하리라.


“삼시세끼 예능을 찍고 있지.”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한다. 아주 잠깐이다. 가수 이승윤의 노래 2곡을 듣는 동안 맥켄지 운동을 한다.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 식사 준비, 식사 그리고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가 끝나면 아침밥을 먹기 위해 내가 만들어 낸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애쓰지만 쓰레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끼니는 없다. 그래도 시청 공무원에게 구시렁 구시렁대며 우여곡절 끝에 구매한 음쓰 봉투는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는 텃밭 한 구석에서 거름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낙엽도 섞고 흙도 섞고 EM발효액도 섞어 뒤적인다. 텃밭에 나온 김에 잡초를 뽑다가 솎아내다 집으로 들어간다. 식사준비, 식사, 설거지, 음식물쓰레기 처리 - 삼시세끼를 먹으니 하루에 세 번 반복한다. 하루동안 밥 먹는데 들이는 시간이 평균 4시간 30분 정도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삼순이이면서 잠도 많은 잠순이다. 먹고 자는데 하루의 절반을 쓴다. 그런데 말이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왠지 하루종일 밥만 하고 있는 기분이다. 삼순이과 삼식이의 밥 말이다. 때때로 마음이 허하다. 밥만 먹고 아무것도 안 하는 기분이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어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애쓰고 있다. 책은 졸음과 번번이 함께 오고 글쓰기는 깜빡거리는 커서를 노려보다 끝난다. 이렇게 꾸린 나의 하루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까? 에휴.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