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야기를 만나는 곳
#오늘의단어 #책방
‘책방은 세상의 이야기를 만나는 곳’이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여우책방이 떠올랐다. 내가 문경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과천에 있는 동네책방이다. 닐 게이먼 작가가 마을에 책방이 없으면 마을이 아니라고 했다던데 여우책방은 과천을 마을로 만들어 주는 책방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우리 집에서 사뿐사뿐 걸어갈 수 있어 더 좋았다. 여우책방이 생기고 인터넷 주문을 그만두었다. 덕분에 배보다 더 큰 배꼽 같았던 비닐포장을 받지 않아 좋았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도 않지만 그나마 읽는 책도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사람이다. 책방 입장에서 보면 우량고객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여우책방이 있어 든든했다.
여우책방에서 놀거리는 다양하다. 낭독, 철학책 읽기, 과학책 읽기, 영화 보기, 글쓰기, 고전 읽기, 강연 등등 매일매일 방문해도 새롭다. 모임에서 이야기 나눌 책을 공지하면 책에 따라 참가해도 되고 자신의 관심사와 방향이 다르면 빠져도 된다. 나는 낭독모임과 글쓰기 모임에 주로 참가했다. 희곡 읽기가 버겁던 내가 고대 그리스 비극을 낭독모임에서 읽으며 희곡의 재미를 알았다. 글 쓰고 함께 읽고 합평하는 글쓰기는 혼자 하는 글쓰기보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쉽게 갈 수 없는 지금도 여전히 나는 여우책방을 기웃거린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소식에 눈을 홀긴다. ‘얘들은 여전히 재미나게 살고 있구나’ 과천에 살 때는 별 관심이 가지 않던 각종 모임이 부럽다. 그때 가까이 있을 때 했어야 했다고 때늦은 후회를 한다.
문경에도 책방이 있다. 학습지를 주로 판매하는 책방 말고 말이다. 그림책 전문 서점 ‘반달책방’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한 때는 어른도 그림책을 읽어야 한다고 크게 외치고 다녔는데 지금은 그림책 사랑은 조금 식었다. 그래도 조만간 가 볼 생각이다. ‘책숲’이라는 책방은 서너 번 가보았는데 이상하게 갈 때마다 문이 닫혀있다. 블로그의 글로 짐작건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 같아 기대가 큰데 어찌 된 셈이지 방문이 힘들다. 한 번 나가는 것도 일인데 번번이 문이 닫혀 있으니 인연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