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하거나 부산하거나
#오늘의단어 #실쌈스레
“먹으면서 먹는 생각하는 실쌈스러운 모습입니다.”
실쌈스레 - 모르는 낱말이다. 들은 적도 말한 적도 없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점심 식사 메뉴가 무엇인지 묻던 아이가 떠올랐다. 먹을 만한 반찬이 없어서 그러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을 하면 좋지 않냐, 차린 밥을 먹기도 전에 다음 밥을 얘기하면 밥 차리는 사람이 기분이 좋겠냐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톡 쏘아붙이곤 했다. 내가 하는 음식은 내가 생각해도 맛이 없어 괜스레 더 그랬다. 왠지 ‘실쌈스레’는 좋은 느낌이 아닐 것 같다.
1. 말이나 행실이 부지런하고 착실한 데가 있게
2. 말이나 행동이 부산하고 수다스러운 데가 있게
상반되는 느낌의 두 가지 뜻이 있다. 똑같은 행동도 누구는 부지런하게, 다른 누구는 부산하게 볼 수 도 있다. 일력 속의 강아지는 도넛을 먹으며 미소 지고 있다. 먹고 있는 도넛이 맛있어서 웃나? 아니면 도넛의 맛은 별로지만 내일 아침 먹으려고 하는 초코칩이 그득하게 박힌 스콘을 생각하며 웃고 있나? ‘실쌈스레’에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다 있으니 별별 생각이 떠오른다. 갑자기 나도 스콘 먹고 싶다. 플레인 스콘에 딸기잼 발라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밥상에 앉자마자 한 숟가락 뜨기도 전에 다음 식사 메뉴를 묻는 아이도 실쌈스럽고, 아이의 질문에 젓가락 갈 만한 반찬이 없어서 그러나 싶어 입으로는 톡 쏘아붙였지만 머릿속으로 ‘다음에는 제육볶음을 할까, 돈가스를 튀겨줄까, 감자샐러드를 만들까 ’ 고민하는 나도 실쌈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사전의 1번과 2번 의미가 누구에게 해당하는지도 굳이 말하지 않겠다.
사전에서 예문을 찾아보니 ’ 순자는 부지런히 일을 하고 온갖 싫은 일도 실쌈스레 삭였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순자는 부지런하고 착실한 사람이다. 새로운 단어를 알았으니 단어를 활용법을 익히기 위해 단어가 들어간 짧은 글짓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다. 흠… 쉬웠으면 이 단어를 오늘 처음 보았을리 없다.
아침부터 발을 동동거리며 움직이는 나를 보고 시누이가 ’ 너는 참 실쌈스럽구나’ 했다.
다리가 유난히 짧아 남들 한 걸음이면 될 것을 나는 두세 걸음 움직여야 하니 실쌈스레 보이는 거다.
제대로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