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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May 15. 2023

후련

불금에 마시는 맥주는 후련한 맛이라고?

#오늘의단어 #후련 #20230512


매일 아침 일력을 뜯는다. 오늘 일력 말고 뜯어 낸 어제 일력을  읽고 생각에 잠깐 잠긴다. 그러니 #오늘의단어 아니고 ‘어제의 단어’라고 해야 하나 싶다. 일력을 보고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럴 수가.


어젯밤 금토드라마 ‘낭만닥터김사부’를 기다려 예약을 해서 보았다. 어제가 금요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했는데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은 깜빡했다.  이럴 수가.


집에서 일하고 놀고먹는 나에게도 주말은 중요하다. 주말에 사람이 몰리는 장소를 피해야 하니까 말이다.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굳이 주말에 안 해도 되니까이다. 훗


학생일 때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주말이 참 좋았다. 그 후로는 지금껏 주말이 그저 그렇다. 회사원 시절에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좋아서  가끔 주말에도 출근해서 적막을 즐기곤 했다. 사무실에서 엎어지면 코가 닿을지도 모르는 기숙사에 살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맞벌이 부부에게 주말은 집으로 출근하는 날이다. 주중에 미처 하지 못한 밀린 집안일을 한다. 나도 그랬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표도 안나는 일을 하느라 주말도 주중만큼이나 바빴다. 내가 하지 않으면 다음 일주일이 불편하니 안 할 수도 없었다.  아이들이 없을 때는 그나마 꾀를 부려도 되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할 일이 태산이다. 주말을 그렇게 보내고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에 후련을 외쳤다.  월요병을 몰랐다.  후다닥 출근해서 마시는 월요일의 모닝커피가 세상 최고의 맛이었다. 아이 둘을 낳고 전업주부가 되니 주말이 더 싫어졌다. 주말도 진절머리 나는데 연휴는 말도 꺼내기 싫다.


연휴에 황금이라는 수식어는 왜 붙이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황금연휴라는 말의 기준은 누구인가?  금요일은 누구에게나 불금이라고 말할 수 있나?  불금을 즐길 수 없는 사람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은 저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평일 근무 주말 휴일의 법칙을 준수할 수 있는 직업이 대세이니 별수 없다.  이 대세가 무너지고 대신 탄력근무나 재택근무처럼 노동시간이  유연화되면  어떤 단어가 만들어질까. 불금이라는 단어는 없어지려나.


어딜 가든 주중 주말 상관없이 언제나 번잡하려나? 지금도 그렇지만 가사노동은 더더욱 퇴근이 힘들어지겠다.

으아아아악~ 주부에게 최악이다.  주부의 가사노동과 휴식을 위한 단어가 만들어지려나.


솔직히 말하면 나의 돌봄을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은 컸고 남편은 은퇴한 지금은 나에게 매일매일이 불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금요일이라서 후련하다는 일력을 보니 괜히 심술이 나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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