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건이 없는 연락을 하는 것
#오늘의단어 #안부
예전에 ‘안부는 나는 안녕하다고 말해주는 것’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7686740bbffc4b0/1 )
그 글을 쓰며 안부를 자주 묻는 사람이 되겠다며 두 주먹 불끈 쥐며 다짐했지만 이 놈의 성질머리는 잘 안 바뀐다.
혼자 계신 엄마에게는 자주 안부를 여쭈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통화는 짧게 용건만 간단히’하라는 어린 시절에 받은 교육 때문이라고 은근슬쩍 책임을 떠넘기고 싶지만 아니라는 걸 나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다.
며칠 전 일이다. 시누이에게 알려 드릴 소식이 있어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을 들었고
전화번호 눌렀고
통화연결음 들렸고
시누이가 전화를 받으셨고
용건을 말했고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후 1시쯤이었나. 남편에게 시누이에게 연락했다고 보고 삼아 말했더니 이렇게 물었다.
“점심 식사는 하셨대? 별일은 없다고 하셔? ”
“모르겠는데. 여쭤보지 않았는데… 시간이 몇 시인데 당연히 점심은 드셨겠지.”
“너는 참……”
나는 용건이 중요한 걸 어떡하라고 ( 나는 목적에 충실한 사람이다.)
안부 묻다가 용건을 까먹을 것 같다고 ( 그래 뭐,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다. )
상대방의 사소한 대화로 바쁜 시간을 뺏고 싶지 않다고 ( 그럴듯하지만 변명이다.)
용건 외에 다른 이야기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걸. ( 나는 이토록 남에게 무심한 사람인가? 나쁘구먼 )
용건도 없이 연락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 그렇다. 어려운 일이다. )
남이 용건 없이 전화했을 때 기뻤잖아. ( 많아. 엄청 기분 좋았지. )
다시 또 주먹을 불끈 쥔다.
안부를 자주 물어보겠다고.
용건 없이 연락을 해서 나는 잘 있다고 말해주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