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들이 우리 집 처마 밑을 기웃거렸다. 무슨 일일까? 집터를 찾고 있나? 아니면 거미줄에 걸린 벌레 잡으러 왔나? 우리 집 처마에 집을 지으면 집세로 박씨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제비에게 집세를 받으면 흥부처럼 우리 집 가세가 일어날까.
“귀여워라.”
우리 동네 마을회관 처마에 제비집에 아기 제비들이 앉아 있었다. 동화로 옛이야기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말로만 듣던 모습을 내 눈으로 보니 신기하고 놀랍고 앙증맞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헉, 엄마야.”
귀여움은 잠시였다. 제비집에서 수직으로 아래쪽 바닥이 제비들의 화장실이었다. 마을 회관 입구 바닥이 온통 새똥 천지였다. 더럽다. 너무 더럽다.
제비들이 우리 집 처마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이면 잊지도 않고 우리 집으로 왔다. 일주일 넘게 처마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가끔은 외등 위에 앉아 있기도 했다. 강남에서 돌아온 봄에 집을 지었을 테니 6월에 또 집을 지을 것 같지는 않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아기 제비들이 분가를 해야 했나? 벌레를 잡으러 왔을까?
제비들이 집을 지으면 집세를 받지 않는 대신 청소를 잘해야 한다는 조건을 임대차 계약서에 넣어야겠다. 우리 집 화장실 청소도 하기 싫어 미루기 일쑤인데 제비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한다니…. 너무 싫다. 제비다리를 고쳐주지 않았어도 흥부는 복을 받았을 게다. 틀림없다.
오는 제비를 매정하게 막을 수는 없고 제비가 보금자리를 튼 집에는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리에 복을 걷어찰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제비를 쳐다보기만 했다. 비가 내린 어느 날 이후 열흘 정도 드나들던 제비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 고약한 갈등을 눈치챘나 보다. 조금 미안했지만 안도했다. 제비들아 미안해. 흥부 같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찾으렴. 나는 그만큼 착하지 않단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