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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l 21. 2023

친구라는 건

프레드 울만 작가의 <동급생>을 읽고


이 작품은 마지막 문장으로 완성된다. 마지막 한 문장이 주는 충격, 반전, 전율 그리고 감동의 깊이가 이 정도로 깊은 작품이 있었나.


프레드 울만 작가의 <동급생>은 히틀러가 권력을 잡고 나치가 독일을 장악하기 시작하는 무렵이 배경이다. 유대인 소년 한스와 독일 귀족 집안 출신의 콘라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다. 한스는 콘라드와 친해지고 싶어 그의 눈에 들기 위해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한다. 수업시간에 할 말이 있을 때마다 벌떡벌떡 일어나 발표하기, 체육시간에 굳이 나서서 시범보이기 , 수집한 동전을 학교로 들고 와서 콘라딘 근처에서 관찰하는 척 하기 등등  유치하지만 귀엽다.


한스의 작전이 성공하여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함께 여행을 하고 시를 읽고 역사에 대해 토론을 하고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논쟁을 하며 깊은 우정을 나눈다.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물론이고 교사들도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콘라딘의 어머니는 히틀러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죽어 가고 있는데 살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유대인 의사 하나뿐이라고 해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할 정도다. 콘라딘은 어른의 말씀과 가르침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아이인데 히틀러를 직접 만난 후에는 히틀러를 지지하는 마음이 더 강해진다.


주변 상황이 더 악화되자  부모님은 한스를 미국으로 보내고 그들이 사랑하는 독일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난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변호사가 된 한스는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남들은 한스가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하지만 한스는 스스로를 실패자로 본다. 그가 자신감과 용기가 없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 훌륭한 책 한 권과 한 편의 좋은 시를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스에게 제2차 대전 때 산화한 동창들을 위한 추모비 건립에 기부금 요청이 온다,  동창회 명부도 함께 온다. 세상에나. 학교가 쫓아내다시피 해놓고 이제 와서 기부를 하라는 학교의 행동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명부에는 친구들의 이름과 어떻게 죽었는지 간단한 메모가 있다. 콘라딘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참을 망설이던 한스는 콘라딘의 이름을 찾는다.


“폰 호엔펠스 콘라딘 ,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 처형 ”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이다. 어찌나 강렬한지 얼얼하다. 콘라딘이 한스에게 생각하는 법과 의심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 것이 떠오른다. 미국으로 떠나는 한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한 말이다.  한스의 영향을 받은 콘라딘은 히틀러를 의심하게 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였으리라.


시대의 광기가 없었다면 두 사람의 우정이 계속되었을 텐데, 그랬다면 콘라딘은 한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을 텐데, 서로에게 배우며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했을 텐데  속상하다.  열여섯 살의 한스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다고 했다. 사춘기 소년의 치기 가득한 과장이라고 피식했었다.  콘라딘의 죽음을 맞이하니 한스의 말이 가슴에 걸린다. 친구라는 건, 친구란 무엇인가. 두 사람의 우정을 보며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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