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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ug 04. 2023

우리 집 백일홍이 이상하다

백일홍 키가 천차만별.

우리 꽃밭 백일홍이 이상하다.


마을길이나 이웃집 마당에 핀 백일홍은 소담하게 키도 비슷비슷하게 어울려 사이좋아 보이는데  우리 꽃밭의 백일홍은 그렇지 않다. 키가 천차만별이다. 키가 커서 흔들흔들 금세 꺾일 것 같은 아이도 있고 작은 덩치로 꽃 한 송이도 벅차 보이는 아이도 있다.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우리 꽃밭의 백일홍은 왜 이럴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내가 무엇을 잘못 한 기억이 없다. 다이소에서 꽃씨를 사서 뿌리고 흙이 마르지 않게 물 주고 꽃이 피지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한 것이 전부다.


안 하면 안 했지 내가 무엇을 더 했을 리는 없고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나? 양분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거름으로 쌀뜨물, 우유팩 가신 물, 남은 막걸리 희석한 것을 가끔 준게 전부다. 마을길의 백일홍에게도 누군가 거름을 특별히 주는 것 같지 않던데, 아닌가. 하루종일 볕이 들어오는 양지에 있으니 햇빛 부족은 아닐 테고 햇빛이 많은 건가. 순 지르기, 곁순치기 같은 가지 정리를 안 해서 그런가. 어떻게 키우고 가꿔야 하는지 공부도 안 하고 무작정 씨만 뿌렸구나 싶다. 백일홍은 빨간 꽃인 줄만 알았지 흰 꽃, 노란 꽃, 분홍 꽃 등등 다양한 색으로 피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무지하고 무식했다. 이런 주인을 두고 꽃을 피운 것만으로도 어찌 보면 대단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보니 예쁘다. 자연스럽다. 초록손을 가진 이들이 보면 혀를 끌끌 찰지 모르겠지만 참 예쁘다.


#20230803 #문경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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