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컹물컹한 가지를 씹으면 몸과 마음이 울렁울렁해지는 것 같아 즐기지 않는다. 남편은 나보다 더 심해서 어쩌다 밥상에 올려도 젓가락도 대지 않는다. 그런 가지를 시누이가 주셨다.
올해 시누이의 텃밭은 모든 작물을 예년보다 넉넉하게 심었다. 옆집으로 이사 온 우리를 위해서이다. 우리 텃밭은 손바닥만 한 데다 무엇보다 나와 남편이 텃밭농사에 재능도 관심도 없어 보이니 애초에 나눔을 계획하신 것이다. 시누이 부부의 하해와 같은 사랑과 배려 덕분인지 수확량도 예년보다 많은 것 같다. 덕분에 토마토, 옥수수, 부추, 파, 케일, 깻잎, 파프리카 등등 실컷 먹고 있다. 좋아하는 토마토와 옥수수는 다다익선이지만 가지는 고민이다.
도시 사람들이 좋아한다더라면서 고수도 생전 처음 심으셨다. 심은 줄도 모르고 있던 우리는 고수가 익었으니 따먹으라는 말에 놀랐다. 고수 특유의 향도 향이지만 나는 고수를 만지고 풀독이 오른 적이 있어 고수는 아무리 애써도 정이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는 도시사람이 아닌가보다 하며 웃어넘겼다. 정성 들여 가꾼 작물들을 나눠 주시는데 입맛에 맞는 것만 쏙쏙 골라먹기는 죄송하다.
많아서 처치곤란이던 부추를 달걀과 볶아 맛있게 많이 먹었다. 부추달걀볶음처럼 가지도 맛있게 먹는 조리법이 있지 않을까. 가지탕수를 했다. 가죽장화도 기름에 튀기면 맛있다던데 가지는 아니었다. 요리사의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다. 암튼 우리 가족들 입맛에 맞지 않았다. 가지구이도 마찬가지다. 자줏빛 고운 색감을 뽐내는 가지를 버릴 수도 없고 어떡한다?
일단 말리기로 했다. 수분이 빠져 꼬들꼬들해진 마른 가지를 볶으면 낫지 않을까. 햇빛을 믿고 가지를 썰어 내놓았다. 동글동글 썰어서 채반에 말려도 되지만 나는 길쭉하게 가지를 갈라 옷걸이에 걸었다. 요즘 햇빛은 만물을 태울 듯이 뜨겁다. 하루 햇빛이면 바짝 마를 줄 알았는데 2~3일은 걸릴 것 같다. 일단 4개로 시작했는데 잘 되면 주렁주렁 달린 가지들도 다 따서 말리리라. 그리고 맛있게 먹어보리라.
#202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