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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ug 17. 2023

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작가의 책이다. 제목을 처음 보자마자 ‘유레카!’했다. 2019년이었을게다. 막내가 대학생이 되고 문득 밥 해 먹는 것이 너무 지겨웠다. 물론 그전에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집밥을  먹여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밥을 했다. 그랬으니 ‘간소하게’라는  말에 내 마음이 얼마나 요동쳤겠나. 대충 휘리릭 훑어보니 간소하게 보였다. 식재료 한 두 개와 소금 한 꼬집만 있으면 될 것 같았다.


간소하고 소박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요리’나 ‘음식’ 대신 ‘먹이’라는 말을 썼다고 했는데 작가의 밥은 간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해 보였다. 그가 전하는 ‘간소하게’와 내가 갈망하는 것과 달랐다. 노석미 작가는 시골마을에서 밭농사를 짓고 있다. 이웃이 보면 저것도 농사라고 기막혀할 만큼 작은 규모이다. 그는 자신의 밭에서 나는 것들로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해 먹는다. 제때 먹고 남은 것은 수확되지 않는 때를 위해 말리거나 절여서 보관한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음식의 재료를 직접 키우고 요리해서 밥을 먹는다.


내 생각만큼 간소하지 않지만 실망스럽지 않았다. 나도 조금 수고롭더라도 소박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살아도 좋겠다 싶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나도 시골 사람이 되어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짐작건대 이번에는 노 작가가 우리 밭을 보면 저것도 농사라고 기막혀할 만큼 작은 텃밭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밭에서 나는 것보다 이웃이 나눠주는 것을 훨씬 많이 먹고 있다.


며칠 전에는 물컹거리는 식감에 도대체 정이 들지 않아 잘 먹지 않던 가지를 햇빛에 말려 볶아 먹었다. 열무김치와 같이 밥에 쓱쓱 비벼 맛있게 먹었다. 가지를 남기지 않고 접시를 비운 것은 처음이다. 많이 수확하지 못해서 아주 조금이지만 바질페스토도 만들었다. 샌드위치나 파스타를 만들 때 요긴하게 사용하리라. 깻잎장아찌도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 만들었다.


요즘 우리 집의 주요 식재료는 옥수수와 토마토이다. 하루 한 끼는 삶은 옥수수를 먹는다. 한꺼번에 익어 버린 옥수수를 쪄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토마토는 손에 잡기도 힘들 만큼 작은 씨앗에서 싹이 트고 꽃을 피우더니 매일매일 주렁주렁 열린다. 볼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많다. 다른 야채를 섞어 샐러드를 해서 먹거나 갈아서 주스로 먹는다. 오늘 저녁은 토마토 스튜를 만들려고 한다. 이만하면 나의 밥도 간소하지 않은가? 노석미 작가처럼 ‘먹이’라고 할 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올 여름 우리 집 최고의 식재료 텃밭 토마토로 만든 스튜- 맛있습니다.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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