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가 뭐라고

히어로즈 14번은 내 마음속 영구결번이었다

by 송알송알


“머시라? 14번이 다른 선수에게 배정되었다고?”

키움히어로즈가 2022 시즌에 선수들이 사용할 등번호를 발표한 날, SNS가 시끌시끌했다. 프로야구팀은 매년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 새 시즌에서 사용할 선수들의 등번호를 공지한다. 데뷔할 때 받은 번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여러 가지 이유로 등번호는 바뀐다. 새로 한 식구가 된 스타선수가 자신의 등번호를 원하면 대개는 양보한다. 자신의 목표와 심기일전의 의미를 담아 등번호를 스스로 바꾸기도 한다. 평소 원하던 번호가 은퇴나 트레이드로 결번이 되면 번호를 변경한다. 키움히어로즈의 14번은 2012년부터 2021년 7월까지 10년 동안 서건창 선수가 사용했던 번호이다. 서건창 선수는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14번은 2022년부터 다른 선수가 사용한다.



“14번은 우리 마음속 영구결번이었는데……”

히어로즈 14번을 서건창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의 유니폼에 새겨지는 것을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다. 아직도 히어로즈가 아니라 엘지트윈스 선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52번은 결번이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속상한 마음이 부글거린다. 52번은 우리나라 최고의 홈런타자 박병호 선수의 등번호이다. 박병호 선수는 얼마 전 KT 위즈와 FA계약을 했다. 그도 이제 히어로즈 선수가 아니다. 히어로즈 팬들에게 서건창 선수와 박병호 선수는 히어로즈의 역사와 심장이다. 선수들이 팀을 바꾸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특히 히어로즈 구단은 선수들의 이동이 다른 팀에 비해 잦다. 팬들도 아쉽지만 구단 방향성을 알고 있기에 어느정도 수긍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오래오래 마음이 아플 것 같다. 한 시즌 정도는 비워둘 줄 알았는데 배정가능한 번호로 내놓은 구단에 섭섭하고 냉큼 선택한 선수는 얄밉다. 서건창 선수와 뛰었던 히어로즈 선수들은 그 번호를 선택할 엄두가 나지 않을 텐데 도대체 누구인가. 역시나. 이번에 영입된 새 선수이다. 히어로즈 팬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14번의 의미와 상징을 잘 몰랐으리라. 14번의 기운을 받아 야구를 잘하고 싶었으리라. 비어있기에 골랐으리라. 선수의 잘못이 아니지만 괜히 밉다. (거 쫌 눈치 챙깁시다. )


등번호는 팀 스포츠에서 선수를 식별하기 위해 달기 시작했다. 야구의 경우 1929년 양키스 팀이 최초로 달았는데, 그 때는 별다른 의미 없이 1번타자는 1번, 4번타자는 4번을 달았다고 한다. 야구 역사상 최초의 영구결번이 4번인 것은 루게릭 선수가 4번타자였기에 그렇다. 지금의 등번호는 숫자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얼굴이고 또 하나의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팬들에게는 사랑이고 응원이고 존경이고 추억이고 역사이다. 영구결번에 이런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영구결번은 구단에 대한 공헌도와 영광을 기리기 위해 은퇴후 구단별로 지정한다. 팀마다 영구결번감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키움 히어로즈 팬들은 14번과 52번이 영구결번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만큼 두 선수를 사랑하고 두 선수와 함께 한 영광의 순간들을 가슴에 많이 담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두 선수는 더 이상 히어로즈 선수가 아니니 영구결번은 힘들어졌다.


히어로즈 14번은 KBO 역대최초 단일시즌 201안타를 의미한다. 이 기록은 한 시즌 경기수가 144경기로 늘어났어도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히어로즈 14번은 구단최초 사이클링히트의 번호이다. 만년하위팀이었던 히어로즈는 14번과 함께 가을야구 단골이 되었다. 한 시즌 정도는 14번을 비워둘 줄 알았는데… 내가 순진했다. 돈과 승패, 모든 플레이를 숫자로 환산하는 프로야구에서 내가 되도않게 낭만을 기대했나보다. 히어로즈 구단에게 14번의 의미는 팬들이 생각한 만큼은 아니었나 보다.


2021년 겨울 NC다이노스 나성범선수가 기아타이거즈로 이적했다. 나성범 선수는 NC구단 창단때부터 함께 했고 우승멤버이다. NC는 나성범 선수의 등번호를 ‘그동안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뛴 나성범에 대한 감사와 예우’의 의미로 한시적으로 비워두기로 했다고 한다. 감동이고 낭만적이다. NC는 하는 것을 히어로즈는 왜 안하는데?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거다. 52번도 구단에서는 배정가능한 번호로 내놓았지만 선택한 선수가 없어 결번이 되었단다. 이래저래 씁슬하다. 등번호가 뭐라고 말이다.





keyword
송알송알 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160
매거진의 이전글야구와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