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언제 해요? 빨리 하셨으면 좋겠어요.”
몇 년 전 구단행사에서 만난 야구선수에게 물었다. 오 마이 갓. 할 수만 있다면 말을 주워 담고 입을 꿰매고 싶었다. 기분 나쁠 수 있는 질문에 그 선수는 한 번 때를 놓쳤더니 늦어진다며 미소로 대답했다. 나라는 사람은 남이사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알 바 아니고 남의 결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 남은 물론이고 조카와 우리 아이에게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말인데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왔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야구선수의 결혼을 염원하는가.
“아~ 안돼요. 우리 오빠가 그럴 리 없어.”
“오~ 오~ 결혼 버프/분유 버프 기대된다.”
결혼설에 대한 아이돌 팬과 야구팬의 반응 차이다. 버프는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를 올려주는 효과를 뜻한다.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우스개 소리지만 대다수 팬들은 공감한다.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돌 팬들은 울며 불며 현실을 부정하지만 선수들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 야구를 더 잘하게 될 것 같다며 야구팬들은 환영한다.
나도 선수들이 일찍 결혼하여 안정적으로 운동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야구선수는 특히 스트레스와 불안이 많다. 시즌이 시작되면 7개월 동안 월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경기를 한다. 매일 경기를 한다는 것은 입시에 반영되는 시험을 매일 보는 것 같지 않을까? 차곡차곡 쌓인 경기 결과에 따라 주전에서 밀려나기도 하고 연봉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못하면 내일 경기에서 잘하면 된다고 툴툴 털어버리고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들마다 불안을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겠지만 가족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결혼하면 사고를 덜 칠 것 같다는 희망도 있다. (선수 여러분들, 시즌 중에는 술 좀 작작 마시고 사고 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합시다. 제발요)
경기 후 밤늦게 돌아간 집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맞이하는 가족을 보면 경기중에 했던 어이없는 실책은 금세 잊히지 않을까. “아빠, 아빠”하며 달려와서 안기는 아기의 모습에 없던 힘도 생겨나지 않겠는가. 가족은 세상에서 선수를 가장 사랑하고 응원하는 팬이다. 가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부담감과 책임감 또한 만만치 않겠지만 말이다.
딸을 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야구선수를 사위로 맞고 싶지 않다. 그들은 1년 중 절반 이상을 원정경기나 훈련으로 집을 비운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홈경기 때도 자정은 되어야 집에 돌아올 수 있다. 그뿐인가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보겠다며 대이동을 감행할 때도 함께 하지 못한다. 추석에는 경기가 있고 설에는 해외에서 훈련 중이다. 가족여행은 야구가 없는 겨울에만 가능하다. 해외 파견근무를 오래 한 남편을 둔 친구가 있다. 아이들 교육, 잡안대소사, 자동차수리, 이사. 은행업무, 집 보수공사등등 모든 일을 혼자서 척척 해낸다. 덕분에 친구가 생존능력 만렙이 된 것은 부럽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야구선수 가족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가장이 되면 야구를 더 잘할 것 같다며 결혼하기를 바란다. 가장의 무게감은 모른 척하는 이 오지랖은 어떡하나.
야구선수가 1등 신랑감은 아니라면서 그들에게는 결혼을 권한다. 이 위선은 무엇인가.
그들이 우리 집 가족이 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이 놀부 심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올 겨울에도 많은 야구선수들이 결혼했다. 야구경기가 없는 겨울은 야구선수들의 결혼시즌이다. 몇 년 전 나의 무례한 질문을 웃음으로 받아준 그 선수는 올해도 결혼 소식이 없다.
“결혼 언제 해요?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