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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Sep 03. 2023

지구에서 한아뿐이면 되겠는가?

정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었습니다


정세랑 작가는 글을 맛나게 쓴다. 지구인과 외계인이 사랑을 한다고? 이 나이가 되니 그나마 조금 있던 상상력도 말라버렸는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콧방귀를 뀌고 책장을 탁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정세랑 작가의 글은 그렇지 않다. 지구인과 외계인이 사랑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데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며 어느새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다. 우주 어느 별에서 우연히 망원경으로 지구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아를 보고 사랑에 빠진 외계인이 있다. 그는 사랑하는 한아를 보러 큰 빚을 지고 지구로 오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범우주적인 온갖 심부름을 한다.


어쩌다가 지구에서 2만 광년 떨어진 별에 사는 외계인이 지구인 한아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 부분에서 환경문제가 슬쩍 들어간다. 한아는 업사이클링을 지향하는 옷수선집을 운영하며 친환경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외계인의 말에 의하면 한아는 ‘인간이 인간과 인간 아닌 모든 것을 끊임없이 죽이고 또 죽이는 이 끔찍한 행성‘ 지구에서 전체의 특성을 닮지 않은 사람이다. 외계인은 3천 년 동안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별의 시민이다. 한아 옆에 있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바보 같은 지구인들보다 자신이 더 한아와 가까울 거라고 느낀다. 지구인이라는 것이 조금 부끄러워진다.


그건 그렇다 치고 한아는 외계인과 어떻게 사랑에 빠졌을까? 자칭 광물 40%로 구성된 몸과 푸른빛을 뿜어내는 외계인을 말이다. 한아에게는 오랜 남자친구 경민이 있었다. 한아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베이스캠프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경민은 툭하면, 그러니까 여행경비를 모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어느 날 감자기 경민은 유성우를 보겠다고 캐나다로 간다. 그곳에서 외계인을 만나고 자신의 몸과 외계인이 갖고 있는 우주 자유 여행권을 교환한다. 경민은 우주 탐험을 시작하고 경민의 외모를 가진 외계인은 지구의 한아 곁으로 온다. 3천 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별의 시민이라 그런가. 다정하고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배려하는 그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행복하다. 심지어 한아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고 고백한다. 이 정도면 자신을 위해 2만 광년을 날아온 사람과 사랑에 빠질만하다.


그뿐이 아니다. 둘은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탄소배출, 쓰레기, 채식 등 환경문제에 대한 생각이 같다. 종족에 상관없이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외계인에게 친환경적인 생활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지구인들은 어떤가. 바다 오염을 막기 위해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지양하고, 패스트패션대신 고쳐 입고 물려받아 입는, 다음 세대를 위해 자원을 아끼는 한아 같은 사람을 우리는 외계인 보듯 했을지도 모르겠다. 환경에 무심하거나 관심은 있어도 실천이 힘들어서 말이다. 그래도 한아 말고도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한아처럼 실천해야겠다. <지구에서 한아뿐>이면 되겠는가?


정세랑 작가는 글을 참 맛나게 쓴다. 공상과학, 로맨스와 사회 메시지를  잘 버무려 놓았다. 재미있게 읽고 그가 던진 질문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했다. 실천이 어렵다고 툴툴대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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