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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Nov 21. 2023

나, 로알드 달 작가님하고 닮은 사람이야

로알드 달 작가의 <맛>을 읽고 있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의 작가 로알드 달의 단편집 <맛>을 읽고 있다. 이 작품은 대상독자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기대대로 어찌나 재미있는지 후다닥 읽을  줄 알았는데 한 작품을 읽고 나면 생각이 많다. ‘그녀는 꼭 그래야먄 했나?’ ‘그 부부는 쌍방 불륜인가? 아닌가?’ ‘그 남자가 저녁 먹기 전에 한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등등 생각하느라 책 읽는 속도가 기대보다 빠르지 않다.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다가 황당하다고 할 수 있는 반전의 결말에 무릎을 탁 친다. ( 아이고 내 무릎이야 ) 작품 속에 나오는 못돼먹고 교활하고 야비하고 이기적이고 자뻑이 강한 등장인물들은 예외 없이 벌을 받는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제 무덤 스스로 파는 격이라 고소하고 통쾌하다. 메롱하고 싶다. ’ 로알드 달‘식 권선징악이랄까. 그런데 마냥 통쾌하지 않고 씁쓸해서 기분이 묘하다.


로알드 달 작가는 이야기꾼이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상상을 작품으로 구체화시키는 힘도 대단하다. 도대체 이 분은 무얼 먹었길래 이런 작품을 썼나 - 이러면서 투덜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로알드 달 작가와 닮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어머나 세상에나. 언제였더라? 뭐였더라? 옛 일기장을 뒤졌다.


2020년 4월 어느 날이었다. 한겨레 신문의 기사를 보고 재미있어 보여 ‘나와 닮은 유명인 찾기’를 해보았다. 나름 예쁘게 나온 사진을 골랐다. 내 사진 중에서 가장 예쁜 사진으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번번이 나를 ‘남자’로 인식했고 로알드 달 작가와 닮았다고 했다. 남자로 보는 것은 살짝 기분이 나빴으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닮았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가문의 영광이니 어쩌니 했다. 나도 글쓰기와 매진하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큰 꿈을 품었더랬다. 그랬는데 말이다. 외모만 점점 닮아가는 것 같다.  태평양 바다와 같은 저 이마를 어쩔꺼나. 지금껏 잘 숨겨왔는데. 흠… 책이나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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