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 유희 작가의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를 읽고
결국 <익명의 독서중독자들 2>를 빌려왔다. 1권을 재미나게 읽었지만 굳이 2권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했다. 문지혁 작가의 <중급 한국어>를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세상에나.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1,2 권이 서가에서 얌전히 나란히 꽂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대출상태였는데 웬일이니? <중급 한국어>와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빌리고 있는데, 사서 왈 “1권도 있는데 안 빌리세요? ” “벌써 읽었답니다.“ 흠하하하
1권처럼 2권의 시작도 강렬하다. 뭐랄까. 독서중독자 자가 진단 키트 같다. ‘빈칸에 자신의 이름을 넣고 읽어 보세요.’ 이것을 안 하고 책장을 넘기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 작가의 말대로 빈칸에 내 이름 석자, 아니 넉자를 넣고 읽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독서 중독자와 거리가 멀다. 한글도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겨우 떼었고 십 대가 도기 전에 ‘잭 케루악’을 읽기는커녕 지금도 ‘잭 케루악’이 누구인지 모른다.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책 읽기를 좋아했으나, 그것은 심심해서였다. 바깥놀이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주로 집안에 있었다. 지금처럼 놀 거리가 많았으면 내가 책을 들고 있었을 것 같지 않다. 참, 만화책은 좋아했다. <캔디, 캔디 >, <베르사유의 장미> , <유리가면> , <꺼벙이> 등등을 보았다. <유리가면>은 결말을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끝났을까?
아무튼 만화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나는 어른이 되었다. ‘지적이지만 소심하고 성미가 급하고 예민한 사람. 생각과 고민이 많으며 어휘력이 풍부하지만 누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사람으로 성장했다.’ 어라? 지금의 나와 상당히 비슷하다. 아주 조금만 지적이고 어휘력이 풍부하지 않은 것만 빼면 말이다. 나도 독서중독자인가?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면 당신은 독서 중독자입니다.’
지금 내 입가에 걸린 것은 미소가 아니라 물음표이다. 나는 독서 중독자가 아니다. 왠지 모르게 안도의 숨이 나온다. 흠하하하.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한 사람은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을 읽어보시라.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 2권에는 독서 클럽에 새로운 회원이 들어온다. 그녀의 직업은 사서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가 즐거워 사서가 되었는데 정작 책은 예전보다 읽기 힘들다. 이런 것을 밥벌이의 아이러니라고 하지. 암만.
“책을 좋아합니다. 읽는 것도 좋지만… 보는 것도 좋아요. 이쁜 표지에 끌리기도 하고… 어느 땐 심플한 표지에 반하기도 하고… 서가에 나란히 꽂힌 문고본을 보면 안정감이 들기도 해요. 만지는 것도 좋죠. 빳빳한 새 책을 처음 꺼낼 때의 기분… 손때 묻은 책장을 넘길 때의 감촉.”
신입회원으로 들어온 사서가 자기소개를 하면서 한 말이다. 나도 책을 좋아한다.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당연히 읽기를 좋아하고 다독가로 오해를 한다. 나는 읽는 것보다 책을 보는 것이 더 좋다. 서가 사이를 어슬렁 거리며 책 구경하는 재미는 끝내준다. 그러다 제목이나 표지가 마음에 들면 가끔 읽기도 한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 1, 2권 모두 재미있다. 2권은 1권에 비해 구성이 정돈된 느낌이다. B급 개그에 내가 익숙해져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언급하는 책은 1권과 마찬가지로 내가 읽은 책이 거의 없다. 심지어 처음 듣는 제목도 많다. (쳇) 독서의 문턱을 낮춘다는 문구를 문구를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데 이런 식이면 문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들의 책을 내가 읽지 않은 것이 큰일이 아니다. 지적 능력과 호기심, 취향이 다른 것일 뿐.
몇 년 후에 3권이 나올 것 같다. 만약 출간되면 3권도 읽어?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