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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an 26. 2024

나는 소설 속 누구와 닮았을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MBTI 테스트를 했다


페이스북이 몇 년 전 추억을 알려 주었다. 친구들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나와 닮은 캐릭터 찾기’를 해 보고 내가 매우 재미있어했다나 어쨌다나. 기억난다. 말은 문학동네의 상술이니 어쩌니 하면서도 친구들과 우르르 링크를 타고 몰려갔었다. 프로그램이 던지는 몇 가지 질문에 성실히 답하면 내 성질머리와 비슷한 소설 주인공을 딱 찾아주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재미있었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1984>의 줄리아. <톰 소오여>에서 친구들에게 페인트칠을 대신시키는 톰 , <모비딕>의 일등 항해사 스타벅,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전쟁과 평화>의 로스토프 백작, <베니스의 상인>에서 ‘단 한 방울의 피를 흘려서는 안 되고 오직 살 1파운드만’이라는 판결을 내린 포오셔 박사 등등 함께 한 친구들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나왔다. 책은 읽었지만 어떤 인물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캐릭터 아니면 로스토프 백작처럼 이름도 가물가물한 캐릭터가 우리를 닮았다고 해서 막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읽지도 않은 책의 캐릭터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서 그 작품을 읽었으리라.


“내가 사람이 덜 된 것이 티가 나나 보네? 하하하”

나와 닮은 캐릭터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었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괴물인 줄 알고 있는데 아니다.  괴물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몇 번의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낸 피조물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윤리적 책임을 지지 않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대한 경고를 보내는 작품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왜 괴물인가. 괴물은 혼자 글도 깨칠 정도로 똑똑하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고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한다. 나도 그런 캐릭터인가? 나는 그리 똑똑한 사람은 아닌데? 내가 툭하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살고 있나? ’ 질문을 던지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럴 텐데. 아닌가. 출판사의 상술이라고 툴툴거려 놓고는 괜히 심각했다.


페이스북이 가져다준 옛 추억에 잠시 빠졌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또 해보았다. 어라? 이번에는 <모비딕>의 스타벅이다. 몇 번을 다시 해 보았지만 괴물은 아니다. 스타벅은 고래잡이배의 모든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뭐에 홀린 듯 행동하는 중에도 유일하게 제정신이고 이성적이고 예의 바르다. 창립자 중 한 명이 <모비딕>을 좋아해서 카페 이름이 <스타벅스>가 되었단다. 그래서 소설을 읽기 전에 기대가 컸다. 스타벅이 고래잡이배를 위기에서 구출한다던가, 구출은 못해도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려 많은 사람을 사지로 내모는 선장에게 대들기라도 한다던가, 뭔가 할 줄 알았는데 워낙 규칙을 준수하는 성격이라 선장의 말을 거역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나하고 스타벅이 닮았다고? 헐. 몇 년 전에는 괴물, 이번에는 스타벅, 다음에는 누구일까? 세월 따라 내 성격이 바뀐 건가? 재미로 해놓고 또 심각하다. 하하하.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안 내도 되니 해 보셔요. 저처럼 너무 몰입하지 마시구요.

https://munhakdongne.netlify.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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