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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Feb 06. 2024

눈이 오긴 왔는데

날씨가 참 이상하다

작년 겨울은 눈이 참 많았다.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기만 하면 냉큼 빗자루를 들고나가 눈을 쓸었다. 마당도 쓸고 집 앞도 쓸었다. 누군가 미끄러워 넘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거군, 훗’ 이랬다. 처음에는 예쁘고 재미있었지만 점점 귀찮았다. 겨울마다 이러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동네 사람들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작년 겨울이 예년보다 많았다고 한다. 올 겨울은 다르다. 서울에는 눈이 많이 왔다는데 우리 동네는 툭하면 겨울비가 내려 눈구경하기 힘들다. 대신 비가 자주 온다. 봄비처럼 보슬보슬 내리기도 하고 가끔은 여름비처럼 쏟아졌다. 며칠 동안 계속 장맛비처럼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면 기분이 묘했다. 날씨가 이상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눈이다!”

오늘 아침, 눈을 보았다. 눈도 오랜만이고 쌓인 눈은 한참 동안 보지 못했는데, 소복소복 눈이 쌓여 있었다. 반가워라. 작년 겨울 막바지에 지겨움을 품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다. 눈꽃을 활짝 피운 나무들의 모습이 곱다. 새하얀 옷을 입은 숲은 정겹다.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어도 되니 오래오래 보고 싶었다. 겨울이니까 말이다.  


해가 뜨고 내리던 눈이 비로 바뀌었다. 아침밥을 먹다가 핸드폰을 들고 창밖 풍경을 찍었다. 본디 사진을 잘 찍는 편도 아니고, 심지어 밥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찍고 싶었다. 맛있게 밥을 먹고 있다가, 다 먹지도 않았는데 밥숟가락을 놓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좀체 없는 일이다. 그만큼 풍경이 예뻤다. 사진도 만족스럽게 잘 나왔다.


오후 2시쯤인가? 무심코 창밖을 보았는데 아침의 풍경이 사라졌다. 눈이 다 녹았다. 세상에나.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으면 눈이 오긴 했나, 꿈속에서 본 눈이었나 할 것 같다.

날씨가 참말로 요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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