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하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다. 황당무계한 괴짜, 이상주의자,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꿈을 좇으며 행동하는 사람 등등이다. 그중에서도 괴짜 이미지가 가장 크다. 김호연 작가의 소설 제목 ‘나의 돈키호테’는 무슨 뜻일까? 비록 현실에 순응하여 실지만 내 안에도 돈키호테 같은 성격이 있다는 그런 의미인가. 아니면 내 주위에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있다는 뜻인가? 읽다 보면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리라. <나의 돈키호테>를 읽었다.
재미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모티브로 하여 이야기를 끌어가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서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은근슬쩍 고발하는 것은 흥미롭다. 보통 사람들이 많이 하는 고민을 들어주는 것 같은 따뜻함을 느낀다. 이 작품의 배경은 대전의 비디오 대여점이다. 대전은 내가 고향을 떠나 10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한 곳이다. 주윤발과 장국영의 <영웅본색>으로 홍콩영화에 눈을 뜨고는 그 들이 출연한 영화를 빌리기 위해 비디오 대여점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주윤발의 이름이 쓰여 있으면 무조건 빌려 봤다가 실망도 적잖이 했었다. <나의 돈키호테> 덕분에 추억여행을 했다.
‘우리들의 돈키호테 아저씨를 찾아서’
2003년 대전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에서 주인으로 스스로를 한국의 돈키호테라고 부르는 돈 아저씨와 몇몇 중학생들이 함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떡볶이도 먹으며 지낸다. 모임 이름은 라만차 클럽이다. 클럽 회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지고 어른이 되는 사이 비디오 가게는 폐업했고 돈 아저씨는 사라졌다. 돈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꿈을 꾸고 꿈을 믿고 꿈을 따라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어른이다. 외주 프로덕션 피디였던 진솔은 회사에서 잘리고 고향 대전으로 내려와 유튜브를 시작한다. 유튜브의 첫 콘텐츠가 돈 아저씨의 행방을 찾는 것이다. 당연하다. 좌절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모험을 떠날 줄 아는 돈키호테 정신이 필요할 때이다. 게다가 중학생 진솔은 돈키호테를 돕는 산초였다. 산초가 돈키호테를 찾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나. 돈 아저씨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라만차 클럽의 회원들과 재회하고, 돈 아저씨의 행적과 관계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내 생각엔, 솔이 네가 돈키호테다. 나는 네가 비디오 가게에서 늘 TV프로그램 보며 깔깔 웃던 게 기억이 나거든. 마치 브라운관으로 들어갈 것처럼 몰두했지. 그런데 나중에 네가 그런 TV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는 얘길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 저렇게 솔이는 자기 꿈을 이루며 사는구나. 그때 나는 이미 널 돈기호테라고 생각했단다.”
“여기 민피디도 나한텐 돈키호테야. 민 피디 이 친구는 내가 영화 일 하며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뚝심이 있는 친구였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았고, 내가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도 나서서 바로잡으러 애썼어.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말이야. 영화에 대한 열정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우리 아들. 아들은 늘 경제적인 안정을 목표로 삼고 혼자 인생을 구리기 위해 열심히 산 거 안다. 비록 손실이나 실패도 있었지만. 한시도 쉬지 않고 돈 벌겠다 애쓴 너의 삶도 돈키호테의 행진이지. 암”
수소문 끝에 찾은 돈 아저씨는 이제는 자신은 돈키호테가 아니라 산초라고 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여전히 꿈을 위해 모험을 떠날 줄 안다. 제주도에 자유에 목마른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고, 스페인에 가서 <돈키호테>를 필사한 노트를 나눠주는 꿈을 실행하고, 세르반테스 생일을 축하하는 축제 퍼레이드에 참가한다. 그리고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구상했던 세비야의 감옥 건물 앞에서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소설을 완성한다.
’ 나의 돈키호테‘의 의미를 알겠다. 꿈꾸게 하고 꿈을 좇도록 독려하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다. 상황에 따라 돈아저씨와 진솔처럼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나의 돈키호테는 누가 있었더라. 나는 누군가에게 돈키호테가 되어 준 적이 있었나. 나의 꿈을 응원해 준 사람들이 몇몇 떠오르지만 반대의 경우는 가물가물하다. 이런, 이런
덧붙임)
-따뜻하고 재미있다. 그런데 끝내야 할 때 끝내지 않고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 같아 뒤로 갈수록 지루했다. 꿈을 이루고 나면 그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꾸거나 꿈을 더 확장해서 다른 도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나?
-제주도 음식, 스페인 음식, 성심당 등등 너무 상세하게 설명해서 협찬을 받았나 싶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읽는 내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읽지 않았지만 읽었다고 착각하는 고전이다.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