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르신들이 보양식 회식을 하시나 보다?
어제는 복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복날에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 옛날 옛적에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하루라도 잘 먹어보자고 으쌰으쌰 했던 날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영양이 넘치도록 잘 먹는 요즘에 웬 복날이냐면서 넘어간다. 너무 아쉬우면 치킨을 먹는다. 삼계탕을 끓이다 더위 먹으면 그것도 문제 아니겠나.
그렇지만 집안 어른들에게 안부 인사는 드린다. 전화 몇 통이면 가능하니 어렵지도 않다. 건강하신지, 보양식은 드셨는지, 에어컨 빵빵 틀며 시원하게 지내시라고 당부하는, 멀다는 핑계로 삼계탕 한 그릇 대접 못하고 전화 한 통으로 인사를 여쭤 죄송하다는, 그렇고 그런 안부이다.
시골로 이사 오고 같은 동네는 아니지만 집 가까이 집안 어르신들이 계신다. 작년은 삼복중 하루를 잡아 식사대접을 했다. '복 터진 날'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에서 복지리를 먹었다. 가까이 살아도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 이유는 뭐, 그렇다. 그러니 복이라는 이름 붙은 날이라도 인사를 드리면 좋지 않은가. 지난주 초복은 복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가고 중복이다. 아침 일찍 수박 한 덩어리 사들고 가서 인사를 드리고 점심 식사 대접을 할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일이 있으나 없으나 비가 오나 날이 맑으나 매일 농막에 가신다고 했으니 미리 연락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동네 어르신들이 다 함께 보양식 드시러 가시나?”
“복날이라고? 설마?”
집을 나서서 큰길에 들어서자마자 단정하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할아버지를 보았다. 시내버스를 기다리시나 했는데 한 두 분이 아니었다. 셔츠에 정장바지를 입은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계셨다.
혹시나 마음에 집안 어르신에게 전화를 드렸다. 점심약속이 있으시단다. 아이고야. 미리 약속을 드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수박만 갖다 드리고 다음을 기약했다.
아까 본 장면이 우리 동네 할아버지들의 복날 회식이 맞나? 물증은 없지만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할머니들은 왜 보이지 않았을까?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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