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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l 04. 2024

참외인 줄 알았는데 호박이었네


지난 5월 어느 날, 옆집에 사시는 시매부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집 텃밭 구석에 참외 싹이 났단다. 그냥 두면 밀집되어 있어 잘 크지 않는다. 키워 따 먹고 싶으면  옮겨 심어야 한다고 하셨다. 우리는 참외씨를 뿌린 적이 없는데 웬 참외싹일까? 유리창에 부딪혀 기절한 제비를 보살펴 준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제비가 박 씨 대신 참외씨를 가져와 심었나? 아니면 어떻게 이런 일이?


텃밭 구석에 채소 다듬은 것과 과일 껍질, 염도가 낮은 잔반들을 버리고 낙엽과 흙을 덮고 가끔 EM액을 뿌리는, 내가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으로  쓰는 곳이 있다. 거기에서 참외싹이 난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참외 속을 먹지 않기 때문에 다 버리기는 하지만 이게 가능해? 참외싹이 맞기는 맞아? 참외싹이 맞다면 횡재 아닌가? 의심과 감사의 마음으로 옮겨 심었다. 무려 10 포기이다.


옮겨 심고 이미지 검색을 하니 호박 아니면 오이란다. 어머나, 참외가 아닐 수도 있다고? 땀을 뻘뻘 흘렸는데 호박이면 곤란하다. 작년에 호박 농사를 지어보니 우리 집은 2 포기만 심어도 충분하다. 2 포기도 많다. 동시에 한꺼번에 익어서 버겁더라. 오이도 2~3 포기면 충분하지면 오이는 좀 많아도 괜찮을 것 같다. 참외가 아니면 어떡하나. 암튼 호박은 아니기를. 싹이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오 마이갓!! 호박이다.

꽃이 피니 바로 알겠더라. 호박꽃을 어떻게 몰라 볼 수 있으랴. 호박꽃의 노란색이 영롱하게 빛난다. 한두 송이 피더니 이제는 한창이다. 오늘은 잘 익은 호박을 하나 땄다. 우리 집 텃밭에 많으면 옆집에도 많고 시장에서는 싸다. 나눠 주고 싶어도 나눠 줄 데도  없는데 어떡하나 싶다. 이러려고 내가 땀을 뻘뻘 흘린 건 아닌데 말이다. 뿌리지도 않고 먹을 생각이 너무 앞섰나? 공짜 너무 좋아하면 안 된다더니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인가 싶다.


그건 그렇고 호박씨도 안 뿌렸는데 호박싹은 났네? 내가 그동안 숱하게 버린 수박씨, 참외씨, 감자싹, 자두 씨 등등은 왜 아무 소식이 없을까. 아니면 싹을 틔웠지만 내가 못 알아본 건가?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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