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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Sep 01. 2024

9월부터는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9월이다. 아니 벌써? 2024년 올해는 시작부터 게을렀다. 설 연휴 지나자마자 꽃밭정리를 시작했다가 넘어져 뼈가 부러졌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푹 쉬었다. 깁스를 풀고 재활이 끝나고 우울의 강에 풍덩풍덩 빠졌다. 부러진 뼈는 잘 붙었다고 의사는 말했지만 원래 상태로 잘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울이라는 강에 빠진 줄 알았는데 늪이었다. 좀체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또 쉬었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살다가 사람이 아닌 곰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곰이 생각났을까? 평소 행실이 곰처럼 둔하다는 말을 들어서인가?  이제부터라도 사람답게 살아야지 싶어야지 했다. 솔직히 말하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생활인지 잘 모른다. 그냥 나처럼 삼시세끼 꼬박꼬박 밥만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싶었다. 밥을 두 끼만 먹었어도 이런 생각은 안 했을지도 모른다. 밥 먹는 것 말고도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운동도 하고 청소도 하고 착한 일도 하고 이웃들과 친해지고 좋은 생각도 하며 뿌듯한 하루를 보내리라 , 두 주먹 불끈 쥐고 다짐했다.


아~ 아~ 어쩌나. 다짐했는데 여름이 시작되었다. 왜 이렇게 덥냐. 숨만 쉬어도 땀이 죽죽 흐른다. 내 생애 최악의 여름으로 기억하고 있는 1994년과 2018년이 떠오르는 더위였다. 더운데 뭘 할 수 있겠는가. 폭염 경보와 무더위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연일 울렸다. 나도 야외 활동은  아니지만 집안 활동을 자제하고 쉬었다. 넘어진 김에 쉬고, 기분이 울적해서 쉬고, 더워서 쉬고 파리 올림픽 보느라 쉬었다.


그러다 보니 벌써 9월이다. 일 년의 3분의 2가 지났다. 올해 나는 무얼 했더라. 대답할 말이 없어 ‘점’만 찍는다. ‘쩜. 쩜.쩜.’ 큰일이다. 조금씩 익어가는 벼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게으름 그만 피우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신에게 맹세했다.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 예수님, 성모마리아, 알라신, 조왕신과 성주신 등등 아는 신이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어쨌든 맹세하고 다짐하며 달력을 넘겼다.


“흠 이게 무슨 뜻인고?”

우리 집 달력은 엄유정 작가의 그림 달력이다. 몇 년 전 전시회 <I draw: 그리는 것보다 더 멋진 건 없어>에서 엄유정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고 인상이 남아서 장만했다. 8월을 넘기고 9월이다. 어머나. 그림 속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남편과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앞 구르기 뒤구르기를 해보고 머리카락 몇 가닥을 뜯어도 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루종일 이 생각이다. 이 사람의 손동작은 뭘까? 두 손으로 만든 삼각형에 의미가 있나? 아 몰라. 몰라. 그렇다. 오늘도 땡쳤다.

아침에 달력을 넘기며 굳게 다짐했건만, 이게 뭔가. 예술을 몰라서 9월은 쉬어야 하나? 아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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