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하고 싶지만 너무 가까운 ‘미적분’
한화택 선생님의 <미적분의 쓸모>를 읽고
<미적분의 쓸모>를 읽기 시작했다. 잘 읽히지 않았다. ‘한때는 수학 공부 잘하는 이과생이었는데 왜 모양일까 ‘하는 자괴감은 잠시였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은 미분방정식이 아니라 단지 미분하는 법이나 적분하는 법을 배울 뿐이다. 그렇구나. 나는 그저 미분과 적분을 잘하는 학생이었던 것이다. 달달 외운 공식으로 개념은 잘 모르고 문제만 척척 풀었던 학생 말이다.
입사 면접 때 어느 면접관이 수치해석 관련 질문만 계속했다. 쌀쌀한 초겨울이었는데도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났다. 4학년 1학기 때 들었던 수치해석 과목에서 머리에 남은 것은 강의제목뿐이었다. 미분방정식을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수치해석이라고 한다. 이 입사 면접 기억은 지금도 가끔 악몽으로 되살아난다.
암튼 내용이 눈에도 머리에도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금방 다 읽었다. 숫자와 수식이 나오는 부분은 ‘으흠? 으흠! ‘이러면서 휙휙 넘겼다. 가슴을 울리는 문장 하나만 건져도 성공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읽었다.
“미분을 통해서 세상의 순간적이 변화와 움직임을 포착하고 적분을 통해서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
“과거를 적분하면 현재가 보이고 현재를 미분하면 미래가 보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미적분은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언어다.”
아~~~~ 잠깐 잠깐 잠깐. 벌써 예전부터 알고 있던 거잖아?
예전에 수학 과외선생 노릇할 때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자주 하던 말이다. 미적분만 잘해도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라고 큰소리는 쳤지만 아이들이 이유를 물으면 설명은 제대로 못한 것 같다. 그때 <미적분의 쓸모>가 있어야 했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이 책 안에 답이 있으니 읽고 답을 찾아 선생님께 제출하라”라고 하면 되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이런 책이 나왔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 책은 로켓 발사. 자동차 속도 측정, 드론. 딥러닝, CT(컴퓨터 단층촬영), 컴퓨터 그래픽 , 경제예측, 금융, 기상예보 등등 미적분이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준다.
내 몸의 종양을 찾아주는 것이 미적분이라니 은혜롭지 않은가.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CG가 미적분 덕분이라니 신기하지 않은가. 미적분이 안전한 투자전략도 알려줄 수 있다니 당장이라도 공부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미적분의 쓸모>가 미적분을 공부할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나는 뭐…… 상미분이 뭔지, 맥스웰 전자기 방정식이 어디에 쓰이는지, 푸리에 급수는 뭐 하는 건지 봐도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나는 미적분 덕분에 누리는 기술에 감사하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수학 잘하는 사람, 미적분 잘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부러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