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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Mar 22. 2022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NOMADLAND> 보고 읽고

노매드랜드? No mad land? 미치지 않은 나라?

영화 제목의 한글 표기가 ‘노매드랜드’이다. 처음에는 유목인이 아니라 미친 경제시스템에  대항하는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인가 싶었다. 영화의 원작인 책의 한글 표기는 ‘노마드랜드’이다.  두 매체의 한글 표기의 미묘한 차이는 의미가 있을까, 없을까. 봄봄 친구들과 영화와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좋더라. 음악은 멋지고 연기는 완벽하고 영상은 아름답고……”

2008 금융위기로 일자리와 집을 잃었거나 은퇴  사회보장연금만으로는 월세 내기도 빠듯한 사람들이 계절성 단기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추수감사절과 연말 시즌에는 아마존, 여름에는 공원 캠프, 사탕무 수확 때는 사탕무 농장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곳저곳으로 이동한다. ,  중고 RV, 여행용 트레일러, 캠핑용 트럭 등이 그들의 주거공간이자 교통수단이다.  그들은 일자리에서 길에서 온라인에서 노매드들의 축제에서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나누고  수리를 도와주고 일자리 정보를 주고받고 노매드에 필요한 팁을 공유한다. 다니던 회사의 파산과 남편의 죽음으로  위의 삶을 선택한 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는 고단해 보여도 당당하고  쓸쓸해 보이지만 자유롭게 보이고, 외롭게 보이지만 홀가분해 보였다. 영화 포스터의 문구 ‘낯선  위에서 만난 기적 같은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불안하고 조마조마하고 두렵다.


“책을 읽고 나면 막막해져. 불안하다고 할까. 내 노년의 모습은 무엇일까?”

학교에 가고 직장을 얻어 열심히 일하며 연금을 꼬박꼬박 부으면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열심히 일했는데 집도 없이 저임금 단기 노동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영화보다 책에서 더 잘 보인다.  대학교수, 건축가, 음악교사, 회계사, S/W 개발회사 임원에서 물러난 사람들이 노매드 노동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보장연금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은퇴 후 노후생활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답답하다. 60~70대 노매드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더 적합해 보이는 일을 한다. 기업은 노조를 만들지도 않고 해고는 쉽지만 열심히 일하는 노인을 고용하고 착취한다.  진통제 없이 하루도 버티기 힘든  아마존 작업장을  노인 노매드들은 이만한 일자리도 없다며 좋아한다.  노년에도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는 건강과 체력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나. 우리는 일을 그만둘 수 있기는 할까.


펀은 정착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노매드로 살기로 선택했다. 펀의 선택을 존중한다. 펀이 이동할 때 보이는 하늘과 길은 왜 그렇게 아름다운가 동료 워캠퍼들과 둘러앉은 모닥불은 왜 그렇게도 따뜻한가 아름답고 따스해서 눈물이 난다. 운전 중에 갑자기 아프면 어떡하지? 밴이 외진 곳에서 고장 나면? 운전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면? 나이가 더 들어 밴에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게 되면? 노매드 다음은 있을까?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우리집까지 온다. 우리집은 괜찮을까.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데 아이들 키우며 먹고살기에도 바쁘다. 국민연금으로 밥은 먹을 수 있을까? 노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선택을 해야 하지?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영화와 책에서 말하는 희망이 나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 나는 언제쯤 자유로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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