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신용카드 몇 개가 있다. 주로 사용하는 카드 하나를 제외하고는 대개 지갑 속에 고이 모셔져 있다. 사용 횟수가 지나치게 저조해서인지 가끔 미끼를 던져 온다. 예를 들면 이렇다. ‘OO편의점에서 5천 원 결제하면 5천 원을 돌려 드립니다.’, ‘캐시백’ 어쩌고 저쩌고 한다. 5천 원 치 사고 5천 원 돌려받으면 공짜로 산 것 아닌가? 두부 값 100원도 비교하는 알뜰주부인 내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팔랑거리는 귀까지 가지고 있으니 말 다했다. 도시에 살았으면 카드사의 미끼에 홀라당 발라당 넘어갔을 게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뭐라도 샀을지 모르겠다. 이를 어떡하나. 득달같이 달려갈 편의점이 근처에 없다. 카드사의 미끼는 나의 심사만 건들었다. “이 사람들이 말이야. 놀리는 거야 뭐야? 쓰고 싶어도 못 쓰는 데, 어쩌고 어째?” 00 카드사, 딱 기다리시오. 쓸모도 없는데 해지하겠소이다.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미끼가 또 있었다. 이사하며 전자제품을 새로 몇 가지 장만했다. 수십 년까지는 아니지만 10년 넘도록 오래 사용한 냉장고와 세탁기를 바꾸고 인덕션을 새로 구입했다. 몇 개 사지도 않았는데 몇 백만 원이 훌쩍 넘었다. 나의 구매이력을 보고 먹잇감을 찾았다고 생각했는지 ‘이거 사라 저거 사라. 지금이 가장 싸다. 너에게만 주는 절호의 기회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판매 문자가 시시때때로 날아왔다. 나는 이 정도는 가뿐히 무시할 수 있는 내공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문자가 올 때마다 열심히 지우던 나날이었다. 어
느 날 프로야구 경기 예매권을 보내왔다. 무려 5장이나. ‘오호~ 내가 야구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알았대?’ 잠시 좋았지만 금방 깨달았다. 이 걸 내가 어떻게 쓰라고? 잠실야구장에서만 사용할 수 예매권이었다. 이 사람들이 내가 서울이 아니라 경상북도 문경 시민이라는 것을 알고도 이런다고? **전자 문경점에서 구매했는데 모를 리가 없다. 물론 야구 보러 서울까지 갈 수도 있다. 9시 넘어야 끝나는 야구 경기를 보러 가려면 숙박권도 필요하다. 숙박권도 같이 주던가 해야지. 안 그런가? 그래도 기회가 생기면 공짜 야구를 보러 가려고 했지만 끝내 한 장도 사용하지 못하고 야구 시즌이 끝났다. 갑자기 생각나서 열 내고 있다.
판촉을 이렇게 하지 마시요. 시골 사람 기분 나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