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인터넷 덕분에 시골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게 살고 있다.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 책을 주문했다. 도서관에서 빌려볼지 말지 고민하다 사기로 했다. 빨리 읽고 싶었고 도서관까지 가는 것도 귀찮아서 주문했다. 책이 집에 쌓이는 것이 싫어 웬만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동네 도서관을 나의 서재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걸어갈 수 있는 도서관이 없어 나의 서재가 되기는커녕 벼르고 별러야 갈 수 있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이사 오기 전보다 책을 사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주문하면 그다음 날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덕분이다.
친구들과 매주 화요일 줌에서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눈다. 줌은 팬데믹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이다. ‘동화 읽는 어른 과천지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만든 독서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모두 한 동네에 살았지만 지금은 과천에는 2명만 있다. 나머지 친구들은 서울, 일산, 안양, 구미, 문경에 살고 있다. 뿔뿔이 흩어졌지만 여전히 우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안부를 묻고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을 나누는 즐거움을 누린다. 인터넷 덕분이다.
모바일 뱅킹을 시작했다. 과천에 살 때 부엌 개수대 아래 하수구가 막힌 적이 있다. 뚫어뻥 4개를 부어도 해결되지 않아 부랴부랴 수리보수업체를 불러 뚫었다. 수리 보수 10만 원을 요구했다. 지갑에 그렇게 큰 현금이 있을 리 없잖은가. 내 난감한 표정을 읽은 아저씨가 계좌이체를 하라며 계좌번호를 주셨다. PC를 켜고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지켜보던 아저씨의 말과 표정이 기억난다. 편리한 모바일 뱅킹을 왜 사용하지 않느냐는 말 안에 ‘젊은 사람이 왜 저러고 살까. 쯧쯧’이 묻어 있었다. 그때의 나는 전혀 ‘모바일’ 하지 않은 인간인지라 모바일 뱅킹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전히 집에서 주로 생활하지만 모바일 뱅킹을 시작했다. 은행 방문이 쉽지 않아 인터넷 뱅킹도 모바일 뱅킹도 다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모바일 뱅킹을 써보니 편리하다.
하나로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는 것 외에 웬만한 물건은 다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처음에는 시내 가게에서 사려고 노력했지만 가게도 별로 없고 마땅한 물건 찾기가 어렵다. 며칠 전에도 작업복을 사려고 가게 몇 군데를 둘러보았지만 시간 쓰고 발품만 팔다가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할인을 해서 저렴하게 샀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온라인 쇼핑을 할 걸 그랬다. 인터넷 덕분에 필요한 물건을 제때 구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택배 포장재를 정리할 때마다 드는 죄스럽고 속상한 마음은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풀어야겠다.
OTT (Over The Top , 개방된 인터넷을 통하여 영화, 방송프로그램등 미디어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혹은 IPTV (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인터넷 프로토콜 기반의 텔레비전 방송)에 올라오길 기다리는 영화가 있다. 조현철 감독의 작품 <너와 나>이다. 독립영화는 시골에서 보기 힘들다. 물론 도시에서도 보기 힘들지만 시골에는 아예 개봉관이 없다. 친구들이 좋은 작품이라고 입을 보아 말하니 보고 싶다. 영화 보러 서울로 가야 하나. 영화 한 편 보겠다고 서울까지 가기는 민망해서 볼일을 묶으려니 잘 안 된다. 지난번에 볼일과 묶어 영화를 보고 왔는데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집에서 인터넷으로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 좀 늦게 보면 어떤가. 극장의 큰 스크린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극장에 가지 않아도 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나는 시골에서 도시에 살던 때와 별다르지 않게 살고 있다. 인터넷 덕분이다. 도시보다 시골에서 인터넷을 더 유용하게 쓰고 있다. 더불어 초록을 가득 품고 있는 자연이 가까이 있으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