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밥을 자주 한다. 예전에도 가끔 했지만 그때는 그야말로 이벤트였다. 시골로 이사 온 지금은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한다. 남편은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출퇴근을 안 해도 되고, 일은 안 하는 것처럼 보일만큼 아주 조금 해서 그렇다. 자고 먹고 책 읽고 공부하고 일하고 운동하고 어슬렁거리고, 그래도 시간이 있다. 그래서 그런가? 남편이 먹을거리와 요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요리책을 보고 요리 채널도 자주 본다. 유튜브에서 본 요리가 맛있어 보이면 해 먹으려고 한다. 이번에는 애호박돼지국밥이다.
“애호박 어디 있어?”
“생강도 필요한데, 있어?”
“액젓이 안 보인다?”
“냄비는 뭘 쓰지? 국밥이지만 냄비보다 웍이 좋을 것 같은데. 우리 집에 웍이 있나?”
설거지 물기가 남아있어 식기건조대에 엎드려 있는 웍이 보이지 않는 건지, 아니면 우리 집 웍은 웍으로 부르기에는 오목한 정도가 다소 부족한 프라이팬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암튼 눈앞에 두고도 찾지 못한다. 왜 그럴까? 남편은 양념, 야채와 같은 식재료의 위치를 잘 모른다. 프라이팬, 감자 깎는 칼, 양푼이 등등 요리에 필요한 도구의 위치도 매번 묻는다. 모를 리가 없다. 모른 척하는 것이다. 틀림없다.
“꺼내 놓은 파는 내가 다 써도 되는 거지?”
“청양고추는 두 개 하면 매울까? 한 개만 쓸까?”
재료 손질이 끝나자 질문도 끝났다. 남편은 준비한 재료들을 볶고 나는 뒷정리와 설거지를 끝내고 읽고 싶었던 책을 펼쳤다. 책을 읽다가 요리가 완성되고 상이 차려지면 나는 먹기만 하면 되는 거리라. 아니었다. 남편이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웬 물? 재료가 적당하게 볶인 지금 딱 물을 부어야 하는데 자신은 가지러 갈 형편이 되지 않는단다. 나라면, 보통의 주부라면 불을 낮추고 움직이지 않나? 물을 가져다주었다. 요리가 완성되었다.
“맛있지? 맛있지?”
“응. 맛있네.”
남편의 애호박돼지국밥을 맛있게 먹었다. 남편이 자신이 한 밥을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는다. 그런데 말이다. 왜 내가 다 한 것 같지? 그래도 나는 밥 하는 것을 점점 지겨워하는데 반해 남편이 재미있어하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