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비주얼은 합격! 맛있어 보인다.”
“오~ 맛있는데?”
아들이 요리한 된장삼겹살구이를 먹었다. 맛이 없어도 무조건 맛있게 먹어야 할 아들의 요리이다. 걱정과 달리 맛있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은 아들이 준비를 한다. 유튜브를 찾아보거나 백주부의 레시피를 참조하거나 해서 가족이 먹을 밥 한 끼를 준비한다. 여전히 하기 싫어하지만 노력하고 있다. 1년 6개월쯤 되었다.
2020년 9월 아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대학생이 된 둘째 아이는 비대면 수업으로 이미 몇 달째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었다. 남편은 회사 상황에 따라 재택 근무일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가족이 모두 함께 밥 먹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인지 때문인지 가족 모두가 삼시 세 끼를 집에서 먹게 되었다. 처음에는 좋았다. 식탁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오손도손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하지만 금세 지쳤다.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차리다가 내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아이들은 어렸고 학생이고, 남편은 가족이 먹을 양식을 구하느라 집밥 한 번 먹기 힘들 정도로 바쁘다 보니 식사 준비는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맞벌이를 할 때도 전업주부일 때도 그랬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고 요리하는 것이 즐겁지 않지만 우리 가족의 평안과 행복을 위한 당연한 역할분담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남편도 예전보다 여유 있는데 뭔가 억울했다. 그래도 팬데믹만 아니었으면 늘 하던 대로 지냈을지도 모르겠다. 돌밥돌밥돌밥에 지친 어느 날 남편과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식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굳이 당번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되지 않을까요?”
쉽게 될 일이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 남편과 아이들은 식사 준비를 본인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각자 자신의 요일을 정하고 메뉴 선정에서 장보기, 조리하기, 상 차리기 그리고 설거지까지 하기로 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아들의 요리는 주로 회덮밥이었다. 연어회, 소라회, 광어회 등등. 손질된 회를 사 와서 야채 몇 가지 쫑쫑 썰어 상을 차렸다. 멘보사인지 기름에 절인 식빵인지 구분도 안 되는 요리도 했다. 한참을 배달음식으로 상을 차리기도 했다. 아들과 달리 둘째는 재미있어했다. 평소 먹고 싶었던 요리를 이것저것 해보더니 당번일이 아니어도 시간이 되면 식사 준비를 하곤 했다. 지금은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메인 셰프로 활약하고 있다.
당번을 정했지만 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호시탐탐 하지 않으려고 하고 배달음식으로 자신의 차례를 때우려고 한다. 특히 중심을 잡아주던 둘째의 출국 이후 더 그렇다. 그래도 노력 중이다. 엄마가 무조건 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덕분에 나는 이렇게 글 쓰는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나만 밥하는 것이 억울해서 시작했지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자신의 밥은 스스로 해 먹을 수 있어야 어른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한 것보다 훨씬 맛있다. 도대체 그동안 내가 한 밥- 맛없어 어떻게 먹었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