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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Mar 31. 2022

해봐야 답이 보여. 해보는 거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고

“늦었지만 결혼을 축하합니다.”

헉~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야? 백이진이 나희도에게 결혼을 축하한다고 말한다고? 내 귀가 잘못 된걸꺼야. 그래야 하는데……  나만 충격을 받은 게 아니다. 난리가 났다. tvN <스물 다섯 스물 하나> 14화 엔딩은 뉴스 앵커와 금메달을 딴 펜싱선수인 남녀 주인공이 뉴스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결혼 축하한다는 말과 감사의 말을 주고받는다. 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가 아니라고? 왜?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희도 선수의 딸아이 이름이 김민채이다. 드라마는 시작하면서  사람의 이별을 알렸는데도  깜빡했다. 서로를 응원하고 지친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사람의 모습이 하도 예뻐서 믿기 싫었다.  드라마는 멜로드라마가 아니고 청춘들의 성장드라마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그들의 사랑이 예쁘고 눈부셔서 그랬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에 5명의 청춘들이 나온다. 그들의 성장도 사랑만큼이나 예쁘고 눈부시다. 주말마다 이 드라마를 기다린다.  그들의 상큼 발랄함에 기분 좋아진다. 막무가내처럼 보여도 그들의 당찬 기운이 부럽다.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는 그들의 순수함에는 고개가 숙여진다.


폭력교사에 항의하는 전교 1등 나승완. 전교 1등의 눈에 매 맞는 친구들이 보이다니 놀랍고 어른이라 미안하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고생하는 가족을 위해 러시아 귀화를 선택한 고유림. 자신을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이들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게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팔았다고 말한다. 부모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뭉클하다. 그의 성장을 보여줄 서사가 왜 귀화여야 했는지는 드라마 작가에게 항의하고 싶다. 모든 이가 이뻐하는 전교 꼴찌 문지웅. 이별을 말하는 유림과 달리 멀어지지 않기 위해, 러시아행 비행기 티켓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지금은 사랑이 밥 먹여 주지 않더라며 콧방귀 뀌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의 사랑을 응원한다. IMF 사태로 몰락한 도련님이 된 백이진. 어린 시절 꿈을 버리고 닥치는 대로 시도하던 중 방송국 스포츠 기자가 되었다. 어떤 모습이든 삶이 계속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그가 멋지다. 펜싱부가 해체되고 엄마는 운동을 반대하지만 어느 것도  자신의 꿈을 방해할 수 없다는 나희도. 해봐야 답이 보인다고 ,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할 줄 아는 그가 부럽다.


“주차? 들어서 옮기자!”

이쁜이 문지웅이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친구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나섰다.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첫 운전이 쉬울 리가 없다. 얼마 가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주차가 힘들다. 심지어 일렬 주차를 해야 한다. 엄마가 알기 전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난감하다. 백이진에게 S.O.S를 보내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되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길에 쪼그려 앉아 있는 그들 앞으로 고등학교 밴드부 아이들이 지나간다. 그들을 불러 자동차를 들어서 주차한다. 이게 된다고? 되네! 주차를 성공한 그들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이 사랑스럽다. 해봐야 되는지 안되는지 알 수 있는 거다.


해봐야 답이 보인다. 뻔히 알면서도 언제부터인가 해보는 것이 겁난다. 실패가 싫고 두렵다. 어렸을 때처럼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내가 안쓰럽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도전할 수 있는 마음에 격려를 보낸다. 어른이 보기에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도 모든 것을 바쳐해 보는 마음을 응원한다. 그래서 이 장면이 좋았는데 14화 엔딩이 주는 충격에 여운이 싹 사라졌다. 오 마이 갓.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사랑하고 그럴 수 있는데 말이다. 나희도와 백이진의 이별은 받아들이기가 싫다. 서로를 향한 응원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닿을 거라고 했잖아. 왜 헤어졌나고요? 작가님,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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