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키오스크(무인 주문기)를 본 건 4~5년 전쯤 홍대 근처였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한참 동안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아 당황했다. 할 일이 없어 멀뚱멀뚱 서있는 직원에게 주문받아주세요 했더니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만 받는다고 해서 또 당황했다. 어쩌겠냐. 하라는 대로 해야지. 키오스크 앞에 서서 화면을 오락가락 왔다 갔다 겨우겨우 주문에 성공해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제는 대부분의 가게에서 키오스크를 두고 있고 나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헷갈리는 일이 가끔 생긴다.
지난겨울 동네 도서관에 카페에서 생긴 일이다. 라떼를 선택하고 ‘메뉴 담기’ 버튼을 눌렀다. 이제 결제만 하면 되는데 화면에 “기본 메뉴를 선택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게 무슨 말이야?’
‘라떼가 기본 메뉴가 아니라고?’
‘아메리카노와 라떼는 카페 기본 메뉴 중에서도 기본 아닌가?’
‘무얼 하라는 거지?’
당황하니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도통 나지 않는다. 나는 이제 카페에서 라떼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건가 싶어 서글펐다. 물어보면 간단하겠지만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었다. 화면을 앞으로 뒤로 몇 번 반복하다가 알아냈다. 라떼를 따뜻하게 마실 것인지 , 아이스로 마실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뜻이었다. 물의 온도가 기본 메뉴라고? 이것은 맥락이 너무 맞지 않는 설명 아닌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가 이상한 건가?
그뿐인가. 키오스크에서 현금 주문을 못한다. 현금만 있고 카드도 없고 핸드폰도 없으면 먹을 수 없다. 우리 동네 메가커피와 바르다김선생 김밥집은 키오스크가 카운터 위에 높이 설치되어 있다. 내가 키는 작아도 명색이 어른인데도 힘들다. 주문하다가 목에 담 걸릴 것 같다. 메뉴가 많은 가게는 원하는 메뉴 찾는데만 한참이 걸린다.
암튼 지간 키오스크는 불친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