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을 참 성실하게도 하는구나 싶었다. 모르는 번호인데 하루 종일 전화가 여러 번 왔다. 급기야는 대선 여론조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한 번도 받아보지도 못하고 해보지 못한 여론조사 전화가 드디어 나에게도 왔구나 싶었다. 지지율을 0.0001%라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어 귀찮지만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을 먹고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이 책을 다른 도서관에 반납하셨어요.”
문원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경기과천교육도서관에 반납했으니 책을 찾아서 다시 반납하라는 전화였다. 보통은 도서관으로 가서 반납하고 새로 책을 빌린다.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거나 반납 마감일에 도서관은 이미 문을 닫았을 때 연체하기 싫어 반납함을 이용한다. 반납함은 동네 여기저기에 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이런 일이 가끔 일어난다.
지난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과천정보과학도서관에 갔다. 어머나 세상에나. 휴관이다. 독서모임에서 언급되었던 책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모임이 끝나자마자 달려갔는데 말이다. 우리 동네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열려 있는 도서관이 한 군데는 무조건 있다. 도서관마다 휴관일이 달라서이다. 월요일은 경기과천교육도서관, 금요일은 시가 운영하는 도서관들이 휴관이다. 우리 동네에서 도서관은 늘 열려있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하는 실수이다.
“선생님 이름으로 대출 예약된 도서는 없는데요?”
예약된 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갔는데 책이 없단다. 그럴 리가 없다며 문자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아뿔싸. 내가 달려간 도서관이 아니라 다른 도서관에서 보낸 문자였다. <불편한 편의점>이나 <밝은 밤>같은 인기 많은 책들을 빌리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이런 책들은 문원도서관, 경기과천교육도서관. 과천정보과학도서관, 마을문고 등등 예약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예약을 한다. 모든 도서관에 예약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문자메시지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으로 냅다 달려가서 생긴 일이다.
시립과 도립도서관이 도서관리를 통합하면 반납함을 도서관 구분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을 텐데… 도서관 구분 없이 내가 원하는 곳에서 책을 빌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수고하는 사람이 더 많이 있어야 하니 조만간 해결되지는 않겠구나. 내가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는 금요일 말고 목요일 휴관은 어떨까. 별별 욕심을 다 부린다. 복에 겨워 하는 소리다. 남편은 도서관을 상대로 엉뚱한 실수를 하는 나에게 책을 사서 읽으라고 한다. 구입해서 읽어 좋은 책도 있고 빌려 읽어 좋은 책도 있다. 더군다나 나는 집에 책을 비롯한 뭔가가 쌓이는 게 싫다. 도서관을 앞으로도 계속 애용할 참이다. 도서관이 없거나 있어도 이용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실수를 반복하지만 ( 솔직히 말하면 부주의해서 그런거지만 )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많아 나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