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리고 뻑뻑해서 책도 드라마도 오래 볼 수가 없어.”
“나는 비문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노화 증상중에 하나라며?”
“생전 무릎 아픈 줄 모르고 살았는데, 요즘은 계단이 무섭다.”
“나는 일을 좀 많이 했다 싶으면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파.”
“옛날처럼 양껏 먹으면 꼭 속이 탈이 나지 뭐야. 먹고 싶은대로 먹으면 뒷감당이 안된다.”
“소화력이 약해진 거는 기본이지. 뭐. 나는 의사가 혈압약을 먹으래.”
언제부터인가 친구들을 만나면 ‘누가누가 더 아프나’ 경연대회가 열린다. 취업과 진로 문제, 연애, 결혼, 남편과 시댁, 아이들 교육, 내집마련 등등 이제껏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들은 시들해지고, 그 자리를 내 몸 아픈 이야기가 어느새 차지했다.
지리산 세석산장 구름위에서 뛰어 놀았는데.
밤새워 벼락치기로 시험공부를 해도 끄떡없었는데.
100포기 김장을 하고도 하루만 푹 쉬면 말짱했는데.
그 아이들이 이제는 앞 다투어 불편한 몸 상태에 대해 풀어놓는다. 그 후에는 마치 코스요리처럼 치료법을 주고받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온수를 마시면 좋다는 등, 허리통증에 앞구르기가 좋다는 등, 젊을 때와 달리 이제는 운동을 살기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는 등 운동이 어려우면 하루에 만보 걷기라도 꼭 해야 한다는 등, 어디에는 무슨 약이 좋다는 등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영양제를 메모하다가 울적해진다. 우리 몸이 언제 왜 이렇게 되었지?
그래도 이정도면 건강한 것 아니냐. 큰 병 아니니 다행 아니냐. 나이 앞에 장사 없다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래. 그렇다. 우리는 딱 나이만큼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