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노란색 꽃
옆집 마당에 노란 꽃이 피었다. 이른 봄에 피는 노란 꽃이라면 봄의 전령 복수초이겠다. 나지막이 핀 꽃을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굽혔다. 응? 복수초가 아닌데? 나는 풀도 나물도 구분을 못할뿐더러 꽃도 잘 모른다. 이런 내가 봐도 복수초는 아니다. 복수초는 수술이 많고 수술을 동그랗게 둘러싸듯이 노란 꽃잎이 펼쳐지는 모양새인데 이 꽃은 그렇지 않다. 이 꽃 이름이 뭐더라.
노랗고 이른 봄에 소식을 알리는 꽃인데 이름이 뭐더라. 3월생 친구에게 가끔 한 두 다발 선물한 기억은 또렷한데 이름은 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복수초 말고도 노란 꽃은 많다. 개나리, 유채꽃, 비덴스, 해바라기, 수선화, 미나리아재비, 민들레, 산수유, 애기똥풀 등등. 해바라기는 여름꽃이니 아닐 테고 산수유는 나무에서 피는 꽃이니 아니고 민들레나 애기똥풀로 꽃다발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도대체 노란 봄꽃아, 네 이름이 뭐니?
꽃 이름이 ‘스’로 끝나던가? 아이리스, 글라디올러스, 히야신스, 비덴스, 시지프스? 참 시지프스는 꽃이 아니지. 뭐더라. 뭐야. 왜 이렇게 생각이 안나는 걸까. 입안에서 맴돌지도 않는다. 김춘수 시인에 의하면 내가 이름을 불러주어야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될 텐데, 이름이 알아야 부르든가 말든가 할 텐데.
이미지 검색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떻게든 내가 기억해 내고 말리라. 이틀 걸렸다. 틈만 나면 꽃이름을 찾아서 머릿속을 헤매고 다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우연히 본 글 덕분에 이름을 찾았다. 봄꽃에 대한 글에 프리지아가 있었다. 내가 그토록 불러보고 싶었던 프리지아말이다. 프리지아,프리지아, 프리지아, 프리지아를 막막 불러보았다. 꽃이 옆에 없는데도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이제는 프리지아를 잊지 않겠지. 또 잊으면 손가락에 장을 지질까보다.
이름을 알아내고 이미지 검색을 했다. 꽃다발에 있는 절화 프리지아를 주로 보았기에 긴가민가 하다. 샤프란이라고 한다. 이 꽃이 향이 기막히게 좋다는 샤프란이구나. 말로만 듣던 샤프란을 내가 보았구나. 우연히 만남 옆집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꽃밭에 샤프란에 예쁘게 피었네요.”
“샤프란 아니고 크로커스예요.”
“예? 크~~~ 뭐요?”
푸하하하하. 서양인들에게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이 비슷비슷하게 보인다더니, 딱 그 모양이다. 노랗게 핀 꽃을 보고 난 프리지아를 떠올렸고, 인터넷은 샤프란이라고 하고 알고 보니 크로커스다. 뭐, 어때. 꽃들이 인사한다. 예쁘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