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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결과인가? 노화인증서인가?

by 송알송알

건강검진결과서를 받았다. 건강검진을 받고 2주가 넘도록 오지 않아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5년 만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다. 5년 전에 깨끗하다는 칭찬 섞인 결과를 받았던 대장에서 이번에는 용종 1개를 떼어낸 터라, 걱정이 되었다. 지금 내 몸은 이렇다. 오래 앓고 있는 지병 말고는 특별히 크게 아픈 데는 없다. 그런데 온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 아픈 데는 없는데 온몸이 다 아프다니, 무슨 이런 난센스가 있냐 싶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내 나이 되어 봐라, 무슨 뜻인지 단박에 이해할 테다.


역시나. 검진 결과를 보니 큰 문제는 없다. 검사 항목의 절반 정도는 정상이고 나머지는 정상범위를 벗어나지만 임상적 의미가 없는 항목도 있고 경과 관찰이 필요한 항목도 있다. 지금은 큰 문제가 없지만 위험요소가 있으니 추적 검사를 하라는 의미이다. 체중은 1kg 정도 찌우는 것을 권하면서 체지방은 6kg 이상을 빼야 한단다. 근육은 부족하고 체지방은 넘치도록 많다는 말이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아슬아슬하다.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앓고 있다는 위염은 건강검진을 처음 했던 20대부터 들었던 말이라 걱정거리에 들지 못한다. 떼어낸 대장 용종 말고도 위와 담남에도 용종이 있다. 폐기능과 청력이 약해졌고 동맥경화의 위험도 있다. 결과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주의관찰하고 추적 검사를 꼭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복적으로 읽어서 그런가. 온몸이 성한 데가 없는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면 오늘 저녁 먹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몸뚱이 아닌가?


“최우수? 내 건강 성적이 최우수라고?”

건강검진결과서 끝에 건강성적표라는 내용이 있다. 앞에서는 계속 주의관찰, 추적검사가 필요하다며 겁을 잔뜩 주더니 이게 뭔가? 내가 최우수로 건강하다니 말이 되나? 작은 글씨로 된 설명이 있다.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안경을 벗고 ( 나는 고도 근시라 돋보기는 필요 없고 안경을 벗으면 보인다.) 겨우겨우 읽었다. ‘건강성적’은 검진결과를 토대로 한 신체 건강과 생활습관을 종합하여 계산한 것으로 동일 연령 집단과 비교하여 산출된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다. 나는 내 나이 또래에서는 매우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다. 온몸이 다 아픈데? 금방이라도 혈압이 높아져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5년 전에는 하나도 없던 용종이 몸 여기저기에 생겼는데? 콜레스테롤 수치도 아슬아슬한데? 조그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데? 그런데도 내가 최우수로 건강하다고? 이 모든 증상이 내 나이 또래에서는 흔하다는 말이다. 허구한 날 아파서 골골거리고 빌빌거리는 내가 최우수이면 내 또래 친구들은 얼마나 많이 아프다는 말인가? 이게 다 늙었다는 의미이리라. 건강검진결과서인지 노화인증서인지 헷갈린다.


건강성적표를 자세히 읽어보니 내 또래의 평균기대수명이 87세인데, 최우수로 건강한 나의 기대수명은 91세다.


“여보? 내 몸이 이런데도 91세까지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 “

“오호, 그래?”

”내가 운동을 싫어하고, 숨쉬기 운동 말고는 운동을 거의 안 하잖아. “

”그렇지. 당신도 운동을 하는 게 좋을 텐데. “

”건강성적표를 보니까 내가 운동까지 열심히 하면 나는 100살 넘어 살 것 같아. 그건 싫은데. “

”그게 아니지. 기대 수명과 상관없이 운동을 안 하면 골골거리며 살고, 운동하면 건강하게 사는 거지.”


건강검진결과서를 받았는데 노화인증서를 받은 것 같다. 노화인증서를 받았는데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핑계를 찾은 기분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다. 골골거리며 살고 싶지는 않은데 , 운동은 하기 싫고 낭패다. 어찌할꼬

ChatGPT가 나를 할아버지로 인식한 듯.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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