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처마 밑에 제비집이 완성되었다
제비의 생태습성을 찾아보고 제비의 심경을 상상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사실과 상당히 많이 엄청 매우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Q: 동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 집에 터를 잡았네요.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제비 : 가까이에 논이 있고 집의 처마가 높고 길어서 선택했어요. 논이 가까우면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진흙과 지푸라기를 가져오기 편해요. 이 집은 새로 지은 집인데도 처마가 길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새로 짓는 집들은 처마가 짧아서 집을 짓기 힘들어요. 요즘은 처마를 짧게 만드는 게 유행인가 봐요.
Q: 나무 위가 아니라 처마 밑에 집을 짓는 이유가 있나요?
제비: 처마 밑에 있으면 비를 피하기 쉽고 뱀과 매의 공격을 피하기에 적합해요.
Q: 그렇군요. 처마 밑에 진흙과 지푸라기를 반죽해서 붙여 놓은 흔적이 많이 보이네요? 이런 걸 기초 토목공사라고 부르겠죠? 우와~ 그런데 스무 군데도 넘어요. 왜 이렇게 많죠? 집을 스무 채 정도 지을 계획이었나요?
제비: 아뇨. 아뇨. 딱 우리 부부의 아기들을 위한 집이에요.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이 진흙과 지푸라기 물고 올 때마다 자꾸만 지켜봤어요. 우리가 집 짓는 것이 못마땅한가? 알아봐야겠더라고요. 들은 얘기인데요, 나무 막대로 집을 부수는 사람들이 있대요. 그래서 여기저기 옮겨가며 진흙을 붙이며 시험을 했어요. 예전에는 복을 가져다준다고 반기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쫓아내는 사람들이 가끔 있거든요. 집이 지저분해진다나, 뭐라나.
Q: 이 집 사람들은 시험을 통과했군요. 착한 사람들인가 봐요. 하하하. 시골에는 빈집이 많은데요. 사람들이 싫어하면 빈집에 짓는 게 낫지 않아요?
제비: 우리는 빈집에는 집을 짓지 않아요. 사람들이 살 지 않는 빈집은 살 곳이 못돼요. 사람이 사는 온기가 있어야 뱀이나 매와 같은 천적의 공격에서 안전해요.
Q: 집은 보통 일주일이면 완성한다고 들었어요. 맞나요?
제비: 네. 맞아요. 일주일이면 집 한 채 뚝딱이죠. 이번에는 조금 오래 걸렸어요. 집터가 안전하고 쓸만한지 확인하는데 한 달 정도,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하고 나서 2주일 걸렸어요.
Q: 한곳에 집중했으면 일주일이면 다 지을 수 있다는 말이죠? 바닥에 진흙, 마른풀과 지푸라기들이 엄청 떨어져 있는 것도 보이고요. 처마 밑에 온통 진흙칠을 한 것은, 혹시 집짓기 기술이 살짝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요?
제비: 에이 그럴 리가요? 처마 밑 벽면에 수직으로 집 짓기가 쉬운 일은 아니에요. 아시죠? 흙과 지푸라기를 반죽해서 벽에 붙이고, 하나씩 하나씩 겹쳐 쌓으면서 모양도 만들어야 하거든요. 잘 붙었다고 생각하고 다음 지푸라기를 물고 왔는데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경우도 왕왕 있었죠. 이 집 사람들은 왜 그리 자꾸만 쳐다보는지 말입니다. 신경 쓰여서 엉뚱한데 붙이기도 했어요. 실수도 있고 일부러 그런 것도 있고 그래요. 그러다 보니 집을 수십 채 짓는 거냐는 오해를 받았네요. 하하하하. 기술이 부족한 건 절대 아니에요. 흠…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이라 실수도 많고 힘들었어요.
Q: 아, 네. 하하하하. 완공을 축하해요.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세요.
제비: 네. 강남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잘 살게요. 감사합니다.
<사진 설명>
1) 5월 어느 날부터, 제비들이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집터 보러 왔나?
2) 처마 밑에 웬 시커먼 점이 보였다. 드디어 집짓기 시작인가?
3) 벽에 수직으로 붙어 서서 물고 온 진흙과 지푸라기를 붙인다. 한 마리씩 교대로 한다.
4) 왜 한곳에 집중하지 않고 여기저기에 작업을 하는 걸까? 스무 채 정도 지을 계획인가? 살 집이 아니라 팔 집을 짓는 건가?
5) 어? 어? 바깥쪽 처마에도 집짓기 공사를 시작했다. 집 짓기가 아니고 혹시 그라파티 벽화일지도 모르겠다.
6) 처음 작업했던 곳으로 돌아가 집 짓기를 재개했다.
7) 거의 완성되었다. 실내 인테리어 마무리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