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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감탄하고 있습니다

by 송알송알


“어머 감동이야. 대통령이 무릎을 구부리고 사진 찍는 모습은 처음 봐!”

“우리가 현충일 추념식을 해마다 하는 것은 기억하고 기록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래.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겠구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지시! 우리 대통령의 추진력이 로켓만큼 빠르네. 좋다. 좋아!”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은 당연한 건데,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더할 나위 없이 감격스럽다!”


나는 요즘 매일매일 느낌표를 찍고 있다. 짝짝 짝짝~ 물개 박수를 친다. 내가 이렇게나 쉽게 감탄하고 환호할 줄 아는 사람이었나? 언제부터인가 내 감정은 편평하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요동치지 않는다. 평온한 느낌과는 다르다. 그래서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지만 편평하다고 해본다. 젊었을 때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일쑤였는데, 그때는 그게 너무 싫었다. 조금은 냉정하고 냉철하려고 바라고 애썼지만 늘 바람에서 끝났다.


그랬는데 어느새 편평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심장이 딱딱하게 굳었나? 공감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에 이상이 생겼거나 아니면 감정의 관문이라는 편도체가 고장 났나? 이도저도 아니면 늙어서인가? 어쨌거나 원하는 대로 된 것 같은데 이것을 내가 원했다고? 아닌 것 같다.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타지 않으면 평온할 줄 알았는데, 평온이 아니라 밍숭 하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으면 안전할 줄 알았는데 지루하다.


되도록 오래, 별것 아닌 것에도 호들갑 떠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쓸데없이 의미 부여도 하고, 작은 것에도 쉽게 감동받고, 매일 보는 것도 새롭게 보려 노력하는 시선과 굴러가는 낙엽을 보면서도 박장대소할 수 있는 낮은 웃음 장벽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 대단하거나 거대한 행운을 기다리기보단 더 작은 행복들을 주변에서 잦게 찾아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김규림 <매일의 감탄력> 중에서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매일매일 작은 것에도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리라 두 주먹 불끈 쥐고 다짐했다.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가 감탄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최적의 도구 아니겠나. 마음을 먹었고 사용할 멋진 도구도 있는데 말이다. 감탄보다 슬픔, 짜증과 분노를 매일 뿜어내며 살았다. 이게 다 12월 3일 비상계엄 때문이다. 비상계엄선포를 시작으로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하고 불의하고 부당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툭하면 상식과 공정을 외치더니 이게 무슨 일인가. 불안하고 뒤숭숭하고 화나고 슬프고 두려운 마음이 넘실거렸다. 6개월 동안 별별 걱정을 다 하고 노심초사하고 이웃을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보면 하루가 어느새 지났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살기 싫은데, 매일 감탄하고 싶은데… 어떡하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는 요즘 매일매일 느낌표를 찍고 있다. 짝짝 짝짝~ 물개 박수를 친다. 잃어버린 감탄력을 찾았다. 다시 분실하지 않도록 김규림 작가의 말처럼 별 것 아닌 것에도 호들갑 떨고, 작은 것에도 쉽게 감동받고, 매일 보는 것도 새롭게 보고, 잘 웃어야겠다. 내가 그렇게 살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나만 노력한다고 되지 않더라. 새 정부가 일을 잘해야 하고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하고 잘못한 사람은 응당 대가를 치르는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될 것 같다. 설렌다.

꽃밭의 샤스타데이지꽃이 피기 시작했다. 꽃말이 인내와 평화이다.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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