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를 기다린다. 강남 간 제비가 돌아오는 것 말고 제비집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날아오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집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지은 지 한 달쯤 되었다. 제비 2마리가 들락날락하더니 집을 지었다. 초보 제비들이었는지 처마 아래 여기저기에 진흙과 지푸라기를 덕지덕지 붙여 놓았다. 집을 짓는 것인지 그라파티 아트 작업을 하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저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집을 완성하겠나 싶더니 짓기는 다 지었다.
인간에게만 해당하겠지만 처마 아래 제비집의 가장 큰 문제는 새똥이다. 시도 때도 없이 제비똥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제비집 아래에 새똥을 받는 골판지 상자를 두었다. 상자 안에는 신문지를 깔아 두고 가끔 갈아주기로 했다. 일종의 정화조 시설이라 할 수 있겠다.
새들이 집을 짓는 이유는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집에 세 들어 사는 제비들도 알을 낳은 것 같았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한 마리는 새집 안에 있고 , 다른 한 마리는 새집 근처에 앉아 보초를 서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으로 짐작해 본다. 우리가 새집을 오래 쳐다보고 있다 싶으면 난리 법석이다. 시끄럽게 지저귀며 이리저리 비행한다. 우리들의 시선을 새집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우리는 궁금하고 신기해서 쳐다보는데 제비에게는 위협일 수 있겠다.
“어머나. 이게 뭐야. 알 껍질이잖아.”
“드디어 알에서 새끼제비들이 깨어났구나!”
“알 껍질이 몇 개야? 하나 둘 셋”
“그러면 새끼 제비 3마리인가? ”
제비들이 입주하고 일주일쯤 지났으려나, 제비들의 정화조에 깔아 둔 신문지를 갈려고 보니 깨진 알껍질이 있다. 메추리알 같은 껍질이 무려 3개나. 이것은 바로바로,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났다는 의미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면 어미 제비는 알껍질을 집밖으로 던진다고 한다. 신기해서 알 껍질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껍질이 3개니까 3마리인가? 아니면 2개당 1마리로 계산하면 최소 2마리인가? 제비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눈을 뜨나? 언제쯤 날 수 있으려나? 궁금하다.
“제비들도 돌잔치를 하나? 웬 제비들이 떼로 몰려오지?”
깨진 알 껍질을 발견하고 이틀쯤 지났을까, 어느 날 처마 밑이 북적북적했다. 내 눈에는 대여섯 마리, 남편 보기에는 10마리나 되는 제비들이 날아와서는 제비집을 쓱 지나간다. 마치 새끼제비들에게 인사라도 하는 것 같다. 들어보지 못한 장면이라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싶다. 평소에는 2마리만 보이던 제비들이 그날 유난히 많이 보인 것은 확실하고 그날 이후로는 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생일 축하 모임이 맞는 것 같다. 날이 추워지면 따뜻한 나라로 함께 날아갈 제비 가족이지 싶다.
어미제비가 물어 온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조그만 입을 벌리고 있는 새끼제비들의 모습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생각만 해도 귀엽다. 귀여운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어 틈만 나면 목을 쭉 빼고 발돋움을 해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어미 제비가 볼 수 있게 해 줄라나? 처음에는 제비들이 우리 집에 집을 지을까 노심초사했었다. 집을 짓지 못하게 차마 방해는 못했지만 제비들이 눈치껏 알아서 떠나길 바랐던 적도 있다. 막상 우리 집에 제비집이 생겨도 별 일은 생기지 않았다. 제비똥 문제는 골판지 상자와 신문지로 해결했다. 제비똥을 맞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더라. 좀 더러우면 어떠랴 싶다. 게다가 우리 집은 우리 가족들의 생활로 이미 충분히 더럽다. 제비들이 떠나갈 때까지 잘 지내야겠다. 그러려면 인사를 해야 하는데, 새끼제비들아 쑥쑥 커서 어서 인사를 하자꾸나. 안녕이라고. 서로 잘 부탁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