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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고 유치한데 재미있고 멋지다

영화 <K팝 데몬헌터스>를 보고

by 송알송알


재미있다. 선악구도, 주인공의 시련과 갈등, 극복과 화해 그리고 끝내는 악을 물리치고 행복해진다는 엔딩이다. 뻔한 이야기가 상상되는 애니메이션이라,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재미있게 아주 즐겁게 보았다.


볼거리가 많다. 세심하고 세밀하게 재현된 서울 거리, 우리 전통문화와 일상이 매우 반갑다. 당산나무, 일월오봉도, 단청 문양이 연상되는 콘서트 무대, 아이돌 아티스트가 하고 있던 노리개 액세서리, 전통 매듭으로 만든 팔찌, 민화에서 많이 봤던 호랑이와 까치, 저승사자, 떡볶이, 어묵, 순대, 라면류의 간식, 초록색 떡볶이 그릇, 국밥과 냅킨 위에 놓여있던 수저, 소파를 두고 바닥에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모습, 남산 서울 타워, 지하철, 목욕탕, 한의원 등등 발견할 때마다 으쓱으쓱하게 된다. 내게 익숙한 것들이 이렇게나 멋진 거였어? 특히 남녀 주인공의 전령으로 등장하는 호작도의 호랑이와 까치는 귀엽다. 우리 집에도 한 마리 들여놓고 싶을 정도다.


더 큰 볼거리는 K팝 아이돌에게 있다. 영화에 걸그룹과 보이 그룹이 등장한다. 그들의 공연 실황, 뮤직비디오. 버스킹을 실제로 보는 듯하다. 특히 사자보이즈의 안무는 엄지 척을 안 할 수가 없다. 애니메이션이라고 대충 만든 안무가 아니다. 춤을 잘 모르지만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안무가 확실하다. 비현실적으로 기다란 기럭지만 빼면 영화에 나오는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는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다. 화면구성은 마치 음악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 데뷔 19년 차 보이 그룹 빅뱅 이후의 아이돌은 어떤 그룹이 있는지 잘 모르고 설령 알아도 누가 누구인지도 구분을 못할 만큼 관심밖의 아이돌 문화인데도 귀와 눈이 너무나 즐거웠다. 노래 좋고, 안무는 더 좋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사람들의 영혼을 먹고사는 귀마와 악령, 그런 악령으로부터 사람들의 영혼을 지키려는 악령사냥꾼의 대결이다. 걸그룹 헌트릭스는 악령사냥꾼,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는 악령들이다. 사람들이 영혼을 잃는 것은 욕심, 거짓말, 불신, 자존감 상실, 자신의 단점에 대한 불안감 등등이다. 사람들의 영혼을 뺏은 귀마와 악령이 지배하는 사회는 점점 인간들이 살기 더 힘들어질 텐데, 우리들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도록 두겠는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악령을 물리친다. 힘을 모으기 위해 불완전하고 불안한 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했다. 서로의 단점을 보듬고 사랑하고 믿고 연대하는 마음이 어우러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는 감동이다.


한국 전통문화와 K팝이 이렇게나 잘 어우러질 줄이야. 재미있는 영화다. 좋구나. 좋아.

하지만 소니가 제작하고 유통은 넷플릭스이다. 우리가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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