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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선인장은 어떤 관계이길래?

그림책 < 난 커서 어른이 되면 말이야 >를 읽고

by 송알송알

그림책 <난 커서 어른이 되면 말이야>를 읽었다. 다비드 칼리 작가의 글과 줄리아 파스토리노 작가의 그림이다. 이 작품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꿈을 이야기한다. 카우보이. 호랑이 사냥꾼, 수의사, 대통령, 탱크를 모는 군인, 스쿨버스 운전기사, 공주, 비행기 조종사, 선생님, 탐험가, 대통령, 슈퍼히어로 등등 아이들의 꿈은 기발하고 다양하고 다채롭다.


작품의 글과 그림이 귀엽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를 보는 것 같다. 아이들은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꿈이 바뀌고 특별한 이벤트를 경험하면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멋져 보이는 사람을 만난 후에는 다른 꿈을 꾸었다. 줄리아 파스토리노의 그림도 우리 아이들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정겹다. 못 그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딱 맞게 어울린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아이는 대통령을 하는 동안에 록스타도 할 거란다. 낮에는 대통령 집무실에, 낮에는 공연장에 있는 누군가를 상상해 본다. 가능할까? 해보기도 전에 재고 따져서 미리 꿈을 포기하는 것은 어른들이나 하는 거다. 아이야, 난 너의 꿈을 응원한다.


사막에서 말을 타고 호랑이 사냥꾼이 되고 싶다는 아이는 금방 수의사로 꿈이 바뀐다. 이 장면의 글과 그림이 특히 재미나다. 병원에 온 동물들의 사연에 웃음이 나온다. 동물들은 아프다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머리카락이 숭숭 빠져서 고민이라는 사자 ( 사자의 갈기는 삼손의 머리카락 같은 걸 텐데, 고민이 크겠군)

홍역에 걸려 점이 생겼다는 치타 ( 몸의 점과 구분하기 힘들었을 텐데, 홍역에 걸린 걸 알았으니 다행이다. )

목이 뻣뻣하다는 기린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은 사슴인 줄 알았는데 기린 너도?)

잠이 안 와서 고민이라는 나무늘보 ( 너는 조금 덜 자도 되지 않을까? )

코가 엉켜 숨을 못 쉬겠다는 코끼리 ( 뭘 하고 놀았길래 코가 엉망으로 엉켰어? )

고기가 소화 안 된다는 대머리 독수리 ( 너의 위장은 썩은 고기를 먹어도 끄떡없을 텐데?)

왕자로 변하지 않는다는 개구리 ( 안 변하는 게 정상이란다. )

너무 춥다는 펭귄 ( 혹시, 너. 한국에 사는 펭귄 펭수 아니니? 펭수 맞지?)

아무도 날 무서워하지 않아 고민인 늑대 ( 이제 친구들이 많이 생기겠구나 )

앞으로만 걸을 수 있다는 게 ( 옆으로 걷는 것보다 낫지 않아? )

다리가 999개 부러졌다는 지네 ( 아직도 다리는 백만 개쯤 남아 있지? 맞지?)

배가 아픈 코알라 ( 혹시 유칼립투스 잎 말고 다른 잎 먹었니? 유칼립투스 이파리만 먹어야 하는데.)

이빨이 무지무지 아픈 쥐 ( 이빨을 갈지 않았군. 이빨이 너무 자라지 않도록 갈아야 한단다.)

빙글빙글 어지러운 새 ( 너무 날아다니지 말고 집에서 푹 쉬렴 )


볼거리에 걸린 토끼, 빙글빙글 어지럽다는 새, 등딱지가 깨진 거북, 긴 허리가 아픈 닥스훈트 강아지, 주머니가 열리지 않는 캥거루, 깜깜한 밤을 무서워하는 박쥐,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는 카멜레온 등등 동물들의 하소연을 그들의 특징과 생태에 맞춰 내 나름 진단을 내리며 읽었다. 어? 이건 뭘까? 호랑이의 경우가 이해되지 않았다. 잔뜩 찌푸린 얼굴의 호랑이의 몸에 온통 선인장 가시가 박혀있다. 호랑이도 말한다. ’ 짜증 나는 선인장!‘


호랑이와 선인장이 무슨 관계가 있나? 내가 아는 호랑이는 선인장과 접점이 없다. 호랑이는 숲에도 살고 정글에도 산다. 호랑이 서식지에 선인장이 있는 게 자연스러운데 말이다. 호랑이하면 눈 속을 달리는 우리나라 호랑이가 생각나니 선인장과 도통 연결되지 않는다. (네, 제가 조금 많이 무식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호랑이 털처럼 노랑 가시가 난다는 금호선인장이 있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서 미리미리 공부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나는 어릴 때 어떤 꿈을 꾸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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