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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에게 너로 존재한다

김경신 작가의 <나는 너는>을 읽고

by 송알송알


요즘 그림책이 재미있다. 오늘은 김경신 작가의 <나는 너는>을 읽었다. 이 작품은 자전거 경주에 출전한 16명의 이야기이다. 출발선에 모여 있는 모습, 출발하는 모습,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 모습, 넘어지는 참가자가 나오는 장면 등등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어쩌고 저쩌고 이러쿵저러쿵’한다. 처음에는 화자가 1명인 줄 알았다. 1명이 자전거 경주에서 출전하여 자전거를 타며 말하는 줄 알았다. 한참 읽다 보니 이상했다. 앞 장에서 말한 내용과 맥락이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지 뭔가. 왜 이러나 싶어 앞뒤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면서 깨달았다. 화자가 16명이다. 16명이 등장하는 표지 그림이 힌트였는데 몰라 봤지 뭔가. 자세히 보니 ‘나는 어쩌고 저쩌고 이러쿵저러쿵‘하는 문장에서 ‘나는’의 색깔이 16개 다 다르다. 화자의 헬멧과 입고 있는 옷을 알려주는 힌트였다.


이제부터 숨은 그림 찾기이다. 수많은 라이더 중에 ’나’를 찾아야 한다. 모두들 헬멧 쓰고 쫄쫄이 옷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똑같아 보인다. 그래도 궁금해서 눈을 부릅뜨고 찾는다. 앞에서 만났던 ‘나’를 다시 만나면 반갑다. 어머나, 이건 마치 장면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영화같다. 자신의 장면에서는 주인공, 다른 장면에서는 조연이거나 엑스트라로 나오는 등장하는 인생이라는 영화말이다.


자전거 타기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성격은 가지각색이다. 앞에서 달리는 게 좋은 사람, 같이 타던 누군가 넘어져도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 1등을 하지 못해 속상한 사람, 우승이 아니어도 완주만으로 행복한 사람 등등. 16명의 ‘나’는 MBTI 유형을 말하려는 건가?


자전거 경주가 끝나고 마지막 장면에서 감탄이 터졌다. 경주를 끝낸 16명의 사람이 있고, 각 사람마다 ‘너는 어쩌고 저쩌고 이러쿵저러쿵’한다. 숨은 그림 찾기의 정답지 같은 이 장면은 앞에서 언급된 ‘나‘와 연결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는 예전에 처음부터 앞장서서 달렸어. 그러다 지쳐 중간에 포기하곤 했지. 나만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 ‘ 와 ‘너는 핑계를 대는 것 같아’는 한 사람에 대한 표현이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내 모습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너’로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아하! 이제야 깨달았다. 자전거 경주는 우리 인생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만들어가는 우리들 인생말이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방해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누구는 1등으로 들어오고 누구는 꼴찌로 들어온다. 혼자서 뒤처지기도 하고 사고가 나기도 한다. 우와. 인생을 이보다 더 간결하고 명료하고 이쁘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림으로 보니 이해가 쏙쏙 되는 것이 참 좋다. 그림책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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